'난 널 싫어해도 넌 날 좋아해야 해.' 드라마에선 설레는 대사다. 그런데 미국 성인 1,199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답은 '어떤 연애를 원하느냐'에 따라 정반대로 갈렸다. 오래 갈 관계를 원하는 사람일수록 힘으로 밀어붙이는 '지배형'에게 덜 끌렸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존경형'에게 더 끌렸다. 19일 첫 방송한 tvN 월화드라마 '나의 유죄인간'이 오늘 급상승 검색어에 올랐다. 안하무인 재벌 3세 캐릭터가 화제다. 이런 '센 캐릭터'에 대한 끌림을 다룬 연구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재커리 위트코워·니컬러스 룰 연구팀이 학술지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2025년 발표한 사전등록 연구다. (사진) 드라마 속 '센 캐릭터'는 화면 밖 소개팅에서도 통할까. ■ ① 높은 자리에 오르는 두 가지 길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무리 안에서 높은 지위를 얻는 길을 두 가지로 나눈다(Cheng 외, 2013). 하나는 '지배(dominance)'다. 위협과 압박으로 남이 따르게 만든다. 다른 하나는 '존경(prestige)'이다. 지식과 실력을 인정받아 남이 스스로 따르게 만든다. 둘 다 '높은 사람'이지만 가는 길은 전혀 다르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자기 뜻을 관철하려고 공격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 같은 묘사를 보여 주고 얼마나 끌리는지 물었다. ▷ 지위를 얻는 두 가지 길 자료: Cheng 외(2013) 개념 · Witkower·Rule(2025) 측정 문항 (사진) 지배와 존경, 겉으로는 둘 다 '높은 사람'이다. ■ ② 진지한 연애파는 '존경형', 가벼운 만남파는 둘 다 참가자들은 먼저 장기적인 연애를 얼마나 원하는지('평생 가는 관계를 원한다'), 가벼운 만남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답했다. 결과는 사전에 등록한 가설대로였다. 장기 연애 지향이 강할수록 존경형에게는 더 끌리고 지배형에게는 덜 끌렸다. 반면 가벼운 만남 지향이 강할수록 지배형과 존경형 모두에게 더 끌렸다. 남녀 모두 같은 패턴이었다. 연구팀은 성향 묘사가 아니라 얼굴만 보고 고를 때도 같은지 확인했다. 같은 사람의 얼굴 사진을 컴퓨터로 '지배적으로 보이게' 바꾼 버전과 원본을 나란히 보여 주고 더 매력적인 쪽을 고르게 했다(최종 분석 396명). 연구팀은 이 얼굴 실험에서도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 연구 한눈에 · 1199명 연구1 참가자 성향 묘사 평가 · 396명 연구2a 분석 얼굴 사진 선택 · 2025 발표 연도 SPPS·사전등록 ▷ 소개팅에서 '존경형' 신호 주기 · 먼저 묻기 상대 얘기부터 · 나누기 아는 걸 쉽게 · 인정하기 상대 실력 칭찬 · 내려놓기 재촉·말 끊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실천 순서(연구가 직접 시험한 행동은 아님) (사진) 자랑 대신 나눔 — 같은 이야기도 꺼내는 방식이 다르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참가자는 미국 온라인 설문 플랫폼(MTurk) 이용자이고, 얼굴 실험 참가자는 대부분 백인이었다. 한국 소개팅에 그대로 옮기기엔 한계가 있다. 실제 데이트가 아니라 묘사와 사진에 대한 '끌림 평가'다. 연구1은 상관 분석이라, 연애 성향이 끌림을 바꾼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드라마 속 캐릭터는 대본이 갈등을 풀어 주지만 현실 연애는 그렇지 않다. (사진) 진지한 만남을 찾는 사람은 결국 '함께 있기 편한 사람'을 고른다. '나쁜 남자'와 '나쁜 여자'가 설레는 건 화면 안에서다. 오래 만날 사람을 찾는 사람들은 힘으로 누르는 쪽보다 실력과 배려로 인정받는 쪽에 끌렸다. 다음 소개팅에선 센 척보다 내가 잘하는 걸 기꺼이 나누는 쪽을 택해 보자. ■ 한 줄 정리 소개팅에서 '센 사람'처럼 보이려 애쓸 필요는 없다. 연구에서 오래 만날 상대를 찾는 사람에게 감점이었던 건 '자기 뜻을 관철하려고 공격적인 수단도 쓰는' 모습이었다. 대신 내가 잘 아는 분야 얘기를 자랑이 아니라 '나눔'으로 꺼내 보자. 상대가 물어 오면 기꺼이 알려 주고, 상대가 잘하는 것엔 먼저 감탄한다. 점원에게 재촉하거나 상대 말을 끊는 습관이 있다면 그날만큼은 내려놓자. ■ 출처 · Witkower & Rule (2025). Short-Term and Long-Term Mating Strategies Show Distinct Patterns of Attraction to Dominance and Prestig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7(5) (2025-11-04) https://doi.org/10.1177/19485506251386119 · 지배·존경 이중 지위 모델(Cheng 외,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