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데이트를 분 단위로 짜 본 적 있다면 이 결과가 뜨끔할 것이다. 영화 한 편, 커피 한 잔 같은 여가도 '몇 시에'를 정해 두는 순간 일처럼 느껴지고, 기다리는 설렘도 실제 즐거움도 줄었다. 13개 연구가 찾은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계획을 버리는 게 아니라 '시각'만 지우는 것이다. 이번 10월엔 사흘 연휴가 두 번이다. 3일 개천절부터 5일 대체공휴일까지, 그리고 9일 한글날부터 11일까지. 약속 잡기 좋은 만큼 일정표도 빽빽해지기 쉽다. 연휴 데이트를 '덜 짜서 더 즐기는' 법을 연구 근거와 함께 정리했다. (사진) 연휴 데이트의 적은 교통체증이 아니라 시간표일 수 있다. ■ ① 시간을 박는 순간, 여가가 '업무'가 된다 미국 소비자 행동 연구자 토니에토와 말코치는 2016년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실린 논문에서 13개 연구를 통해 한 가지를 확인했다. 영화 관람이나 커피 타임처럼 누가 봐도 여가인 활동도, 즉흥적으로 할 때보다 미리 일정에 넣어 두면 덜 자유롭고 더 '일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다리는 동안의 기대감도, 실제로 즐기는 정도도 함께 떨어졌다. 연구진은 이를 '캘린더 마인드셋'이라고 불렀다. 달력에 적힌 순간 머릿속이 업무 모드로 바뀐다는 뜻이다. ▷ 같은 연휴 데이트, 두 가지 계획법 자료: Tonietto & Malkoc(2016) 개념을 데이트에 적용한 예시 (사진) 시각을 적는 순간, 여가가 할 일 목록이 된다. ■ ② 해법은 '대략' — 시각 대신 시간대 흥미로운 건 다음 대목이다. 같은 활동이라도 '오후에', '저녁쯤'처럼 정확한 시각 없이 대략만 정해 두면 즐거움이 줄어드는 효과가 사라졌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즐거움이 줄어드는 이유가 '즉흥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을 못 박아서'라고 해석했다. 즉 무계획이 정답은 아니다. 무엇을 할지는 정하되, 몇 시에 할지는 비워 두면 된다. ▷ 연휴 데이트, '대략 계획' 4단계 · 날짜 정하기 3~5일? 9~11일? 하루만 · 할 일 한두 개 단풍길 걷기, 전시 하나 · 시간대만 '오후', '해 질 무렵' · 빈칸 남기기 끌리는 곳에 더 머물 여유 자료: rough scheduling 개념을 데이트 계획에 적용 ■ ③ 예약이 필요한 한 곳만 예외로 연휴엔 인기 식당과 공연이 금세 찬다. 이럴 땐 꼭 필요한 한 곳만 시각을 고정하고, 그 앞뒤는 느슨하게 두자. 하루에 '정해진 시각'이 하나뿐이면 나머지 시간은 다시 여가처럼 흐른다. 이동이 긴 날엔 '몇 시 출발'보다 '점심 먹고 출발' 정도로 말해 두는 편이 덜 조급하다. (사진) 정해진 건 방향뿐, 나머지는 그날의 기분대로. [✔ 솔직한 체크포인트] 이 연구는 영화·커피 같은 일반 여가 활동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행동 실험이며, 연인 데이트를 직접 측정한 건 아니다. 또 첫 소개팅처럼 시간과 장소를 분명히 정하는 게 예의인 약속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대략 계획'은 이미 편한 사이의 연휴 데이트에 쓰는 기술이다. 두 번의 사흘 연휴, 목표는 일정 완수가 아니라 둘이 즐거웠다는 기억이다. 이번엔 시간표 대신 '오후엔 단풍길'이라는 한 줄만 들고 나가 보자. (사진) 좋은 곳에선 조금 더 머물러도 된다. ■ 한 줄 정리 연휴 데이트 계획은 '무엇을'까지만 정하고 '몇 시에'는 비워 두자. 날짜와 할 일 한두 개, 그리고 '오후·저녁' 같은 시간대만 정하면 된다. 예약이 꼭 필요한 곳 한 군데만 시각을 고정하고 나머지는 느슨하게. 상대에게는 '오후엔 단풍길, 저녁은 그 근처에서 끌리는 데'처럼 말하면 계획이 없어 보이지도, 빡빡해 보이지도 않는다. ■ 출처 · Tonietto & Malkoc (2016), 'The Calendar Mindset: Scheduling Takes the Fun Out and Puts the Work I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