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밥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결혼 언제 하냐'가 아니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9월 1일부터 15일까지 미혼남녀 300명에게 물었더니 취업 잔소리가 43.7%로 1위, 결혼 잔소리는 36.0%로 2위였다. 둘을 합치면 79.7%, 열에 여덟이 이 두 질문에 부담을 느낀다는 뜻이다. 같은 기사에 함께 실린 리서치 기업 피앰아이(PMI) 조사에서는 전국 성인 1000명이 가장 바꾸고 싶은 명절 문화로 '친척 간의 지나친 간섭 및 사적인 질문'(48.5%)을 1위로 꼽았다. 차례상 준비보다 앞선다. (사진) 질문은 대개 밥상이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시작된다. ■ ① 취업이 결혼을 앞선 해 순위가 뒤바뀐 지점이 이 조사의 핵심이다. 명절 잔소리 하면 관습적으로 '결혼'을 떠올리지만, 실제 응답에서는 취업이 앞섰다. 외모(13.0%), 경제력(5.3%), 기타(2.0%)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상위 두 항목에 응답이 몰렸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명절에 오가는 질문의 종류가 다양해서 괴로운 게 아니라, 몇 개 안 되는 질문이 반복되기 때문에 괴롭다는 이야기다. 뒤집어 보면 대비할 지점도 몇 개 안 된다. 미리 준비해 둘 답변은 두세 개면 충분하다. ▷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 · 43.7 취업 잔소리 · 36 결혼 잔소리 · 13 외모 잔소리 · 5.3 경제력 잔소리 · 2 기타 자료: 가연 · 미혼남녀 300명 · 2026년 9월 1~15일 조사 1·2위를 합치면 79.7%. 명절 질문은 종류가 많아서가 아니라 같은 질문이 반복돼서 부담이 된다. ■ ② 사람들이 가장 바꾸고 싶은 건 차례상이 아니었다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1000명에게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명절 문화'를 복수 응답으로 물은 결과, 1위는 친척 간의 지나친 간섭 및 사적인 질문(48.5%)이었다. 과도한 차례상 준비(40.8%), 명절 노동 분담(29.8%), 형식적인 명절 용돈(25.5%), 지나친 명절 선물(23.7%)이 뒤를 이었다. 노동이나 비용보다 '말'이 먼저 꼽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이 조사의 대상은 미혼 청년만이 아니라 60대까지 포함한 전 연령대다. 즉 질문을 받는 쪽만 불편한 게 아니라, 묻는 쪽 세대에서도 이 문화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명절 문화 (복수 응답) · 48.5 친척 간 지나친 간섭·사적 질문 · 40.8 과도한 차례상 준비 · 29.8 명절 노동 분담 · 25.5 형식적인 명절 용돈 · 23.7 지나친 명절 선물 자료: 피앰아이(PMI) · 전국 만 20~69세 1000명 · 2026 추석 연휴 인식 조사 20대부터 60대까지 포함한 조사다. '묻지 말자'는 요구가 특정 세대만의 것이 아니라는 신호로 읽힌다. (사진) 같은 질문이 반복될 때, 답을 바꾸는 것보다 화제를 옮기는 편이 빠르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이 두 조사를 한 문장으로 합치고 싶은 유혹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가연 조사는 미혼남녀 300명이 대상이고 피앰아이 조사는 전국 20~69세 1000명이 대상이다. 조사 기관도 표본도 질문도 다르므로 '취업 잔소리가 48.5%였다'처럼 섞어 읽는 건 틀린 해석이다. 두 조사에서 함께 읽을 수 있는 건 방향뿐이다. 미혼 당사자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사적인 질문이고, 전 연령대가 가장 바꾸고 싶어 하는 명절 문화도 사적인 질문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이 숫자들은 '가족을 만나지 말라'는 근거가 아니다. 부담의 원인이 만남 자체가 아니라 몇 개의 반복되는 질문에 몰려 있다는 건, 오히려 준비할 지점이 분명하다는 뜻에 가깝다. (사진) 명분 있는 이동은 누구도 붙잡지 않는다. 연휴는 하루 뒤에 시작된다. 위 숫자들이 알려 주는 실전 정보는 단순하다. 준비할 답은 취업과 결혼, 두 가지면 된다. 답은 짧게, 범위는 모호하게, 그리고 마지막에 질문을 되돌린다.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대화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 간 것이다. 연인과 함께 가는 자리라면 서로 화제를 끊어 줄 신호를 미리 정해 두자. 연휴가 끝난 뒤에 남는 건 대개 질문의 내용이 아니라, 그 질문 앞에서 혼자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기억이다. (사진) 연휴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남는 건 질문이 아니라 그때의 기분이다. ■ 한 줄 정리 잔소리에 대응하는 기술의 핵심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세 단계면 충분하다. 1단계, 먼저 받는다. 질문을 부정하면 상대는 더 파고든다. '그러게요, 저도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한 마디면 공격 의도가 아닌 사람의 절반은 여기서 멈춘다. 2단계, 정보를 아주 조금만 준다. 구체적으로 말할수록 후속 질문이 늘어나므로 '올해 안에 정리해 보려고요' 정도의 모호한 범위가 안전하다. 3단계, 질문을 되돌린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거의 언제나 그쪽으로 간다. '큰아버지는 그때 어떻게 결정하셨어요?' '요즘 무릎은 좀 어떠세요?' 같은 질문이 그렇다. 이 세 단계가 안 통하는 상대도 분명 있다. 그때는 자리를 옮기는 게 정답이다. 설거지, 장보기, 조카와 놀아 주기처럼 명분 있는 이동은 누구도 붙잡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연인과 함께 간다면 미리 신호를 정해 두자. 어느 한쪽이 컵을 두 번 만지면 다른 쪽이 화제를 바꾸는 식이다. 연휴 뒤에 남는 감정은 잔소리 자체보다 '그 자리에서 혼자였다'는 느낌인 경우가 많다. ■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9월 22일 보도(가연 조사) (2026-09-2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48/0000640957?sid=101 · 피앰아이(PMI) 2026 추석 연휴 인식 조사 — 위 보도 인용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