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18명씩 36명 모집, 신청 시작 며칠 만에 조기 마감. 여성은 대기 10명까지 꽉 찼다. 예술의전당이 처음 여는 '서예 소개팅' 얘기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공통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연구가 있다. 조건이 닮은 사람도 '같은 순간을 같이 느꼈다'는 믿음이 있어야 더 끌렸다. 10월은 '문화의 달'이고, 전시·공연을 데이트 코스로 고르는 사람이 많아지는 때다. 붓을 들고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대화 원리를 정리했다. (사진) 대형 한지 위에 36명이 함께 붓을 더한다. ■ ① 서예 소개팅은 이렇게 짜였다 예술의전당 '서화아카데미 소개팅 프로젝트'는 10월 24일 오후 1시부터 6시 30분까지 서울 서초구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대상은 1990~1999년생 미혼 남녀이고, 혼인관계증명서를 내야 한다. 참가비는 재료비를 포함해 7만5000원이다. 신청은 3일 시작됐고 정원이 조기 마감됐다(뉴시스·싱글리스트 10월 12일 보도). 프로그램은 하버드 교육대학원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교육 모델 '아트 프로펠'을 바탕으로 지각·제작·성찰 세 단계로 짰다. 붓펜 캘리그라피로 한글서예 엽서를 만들고, 현대 서예 강의를 들은 뒤, 야외광장에서 가로 6m·세로 2m 대형 한지에 국악 라이브에 맞춰 함께 붓질한다. 남녀가 섞여 앉고 중간마다 조를 다시 짠다. 마지막은 직접 만든 엽서에 마음을 적어 호감 가는 상대에게 건네는 '연애편지 교환'이다. ▷ 서예 소개팅 진행 순서 · 지각 붓·먹 만지기 · 제작 공동 작품 · 성찰 감상 나누기 · 엽서 호감 전달 자료: 예술의전당 발표(뉴시스·싱글리스트 2026년 10월 12일) 아트 프로펠 3단계에 엽서 교환을 더한 구성. 활동 상품으로 연극 '유리동물원' 관람권을 준다. (사진) 먹이 번지는 순간은 둘이 동시에 본다. ■ ② 닮은 사람보다 '같은 순간'을 나눈 사람 미국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피넬 연구팀은 2006년 성격·사회심리학 학술지(JPSP)에 'I-sharing'이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나와 상대가 같은 대상을 두고 똑같은 주관적 경험을 했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같은 장면에서 동시에 웃음이 터졌을 때 드는 '어, 저 사람도?' 하는 느낌이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객관적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보여 주고, 둘 중 한 명만 나와 I-sharing을 하도록 조건을 짰다. 결과는 이랬다. 참가자들은 비슷한 사람을 더 좋아했지만, 그 사람이 I-sharing을 했을 때만 그랬다. 또 홀로 떨어진 듯한 고립감을 떠올리게 한 조건에서는 객관적으로 비슷한 사람보다 I-sharing 상대를 더 좋아했다(연구 다섯 편). ▷ 조건이 닮은 사람 vs 같은 순간을 나눈 사람 자료: Pinel 외(2006),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연구는 실험실 과제로 측정했다. 소개팅 현장에 그대로 옮긴 실험은 아니다. (사진) 끝나고 건네는 엽서 한 장. [✔ 솔직한 체크포인트] 활동형 소개팅의 장점은 '같이 반응할 장면'이 저절로 생긴다는 데 있다. 다만 장면이 생기는 것과 그걸 서로 알아채는 건 다르다. 연구가 말하는 건 '같이 느꼈다는 믿음'이다. 서로 확인하지 않으면 그 순간은 각자의 기억으로만 남는다. 상대 반응이 나와 달랐다면 억지로 맞추지 말자. 거짓 공감은 금방 티가 난다. (사진) 같은 그림 앞에서 동시에 멈추는 순간. 이번 행사에 못 들어갔더라도 원리는 그대로 쓸 수 있다. 가을 원데이클래스든 전시든, 둘이 같은 대상을 함께 보는 시간을 고르자. 그리고 둘 다 같은 반응이 나온 순간을 놓치지 말고 짧게 말로 확인하자. 말이 많아야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 한 줄 정리 다음 소개팅을 원데이클래스나 전시로 잡았다면, 끝나고 '재밌었어요'로 뭉뚱그리지 말자. 활동 중 둘 다 동시에 반응한 장면 하나(먹이 번진 순간, 같은 그림 앞에서 멈춘 순간)를 짚어 '그때 저도 똑같이 생각했어요'라고 말로 확인해 주는 게 핵심이다. 반대로 상대 반응이 나와 달랐다면 억지로 맞추지 말고 '저는 이렇게 봤어요'로 넘어가면 된다. ■ 출처 · 뉴시스 — 예술의전당서 붓글씨로 소개팅?…36명 모집 조기 마감 (2026-10-1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4245992?sid=103 · 싱글리스트 — 예술의전당서 '서예 소개팅' 열린다…90년대생 미혼남녀 36명 참여 (2026-10-12) https://www.slist.kr/news/articleView.html?idxno=772685 · Pinel, Long, Landau, Alexander & Pyszczynski(2006), Seeing I to I: A pathway to interpersonal connectedn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