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포함해 제 연봉은 약 8억, 아내는 4000만 원입니다. 20배 차이가 나도 집안일은 반반인가요?" 2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 질문이 오늘 급상승 검색어 '성과급'과 함께 화제가 됐다. 그런데 통계 속 '반반'은 생각보다 드물다.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사람은 열에 일곱인데, 실제로 공평하다는 아내는 23%였다. 작성자는 두 사람 모두 바쁘고 퇴근 시간도 비슷하다고 했다. 다만 요즘 회사가 야근 시간을 고과에 반영해 성과급 차이가 크다며, 야근 뒤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일찍 퇴근해 집안일을 하길 바라는 아내와 생각이 다르다고 털어놨다. 댓글은 갈렸다. '소득 격차가 집안일 분담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반응이 많았고, '경제적으로 더 기여한다면 비율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사진) 늦은 퇴근, 그리고 남아 있는 집안일. ■ ① '공평해야' 69%, 실제로 공평한 집은 23%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2024년 사회조사'에서 만 13세 이상 68.9%는 가사를 부부가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고 답했다. 2년 전보다 4.2%포인트 늘었다. 남성은 64.2%, 여성은 73.6%였다. 그런데 19세 이상 부부에게 실제로 어떻게 나누는지 묻자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답은 아내 23.3%, 남편 24.4%에 그쳤다. 남편과 아내의 답이 거의 같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불공평하다는 데는 양쪽 모두 사실상 동의하고 있다는 뜻이다. ▷ 가사 분담, 생각과 현실 (단위: %) · 73.6 인식(여성) · 68.9 인식(전체) · 64.2 인식(남성) · 24.4 실제(남편) · 23.3 실제(아내) 자료: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 인식 = 만 13세 이상 '공평하게 분담해야' 응답, 실제 = 19세 이상 부부 '공평하게 분담한다' 응답 ■ ② 젊은 부부일수록 '공평'에 가깝다 같은 조사에서 가사 분담이 공평하다고 답한 아내는 20대 이하가 55.2%로 가장 많았다. 30대 36.8%, 40대 25.2%, 50대 17.5%, 60세 이상 18.5%로 나이가 많을수록 낮아졌다. 지금 결혼을 준비하는 세대는 이미 '반반'에 가장 가까운 출발선에 서 있다. 문제는 아이가 생기고 한쪽 일이 바빠지는 시기에 이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는 것이다. ▷ '가사 분담 공평하다'는 아내, 연령별 (단위: %) · 55.2 20대 이하 · 36.8 30대 · 25.2 40대 · 18.5 60세 이상 · 17.5 50대 자료: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 (사진) 같은 목록, 서로 다른 기본값. ■ ③ 벌이가 같아도, 아내가 더 벌어도 '더 버는 쪽이 덜 한다'는 계산은 실제 데이터에선 한쪽 방향으로만 작동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2023년 발표한 분석에서 미국 부부의 29%는 두 사람 소득이 비슷한(각각 40~60%) 부부였다. 이들 부부에서도 아내는 남편보다 일주일에 돌봄 약 2시간, 가사 약 2.5시간을 더 했고, 남편은 여가가 약 3.5시간 더 많았다. 아내가 주 소득자인 부부에서도 남편의 가사·돌봄 시간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여가만 늘었다. 남편이 아내보다 돌봄에 시간을 더 쓰는 건 아내 혼자 버는 부부뿐이었다. ▷ 소득이 비슷한 미국 부부의 일주일 (퓨리서치, 2023) · 29% 동등 소득 부부 각자 40~60% · 2.5시간 아내 가사 더 주당, 남편 대비 · 3.5시간 남편 여가 더 주당, 아내 대비 그렇다면 정답은 무조건 시간 반반일까. 연구는 다른 곳을 가리킨다. 가사 분담이 결혼 만족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나눴나'보다 '공정하다고 느끼나'를 거쳐 나타나고, 같은 분담도 각자의 성역할 가치관에 따라 공정하게도 불공정하게도 느껴진다는 연구(Greenstein, 1996, Social Forces)가 대표적이다. 블라인드 글의 갈등도 숫자보다 '서로 공정하다고 느끼는 기준'이 맞지 않아서 생긴 것에 가깝다. (사진) 반반보다 먼저 맞춰야 할 것. [✔ 솔직한 체크포인트] 결혼 전에 '반반'이라는 말 대신 세 가지를 맞춰 보자. ① 목록: 반복되는 집안일과 '머릿속으로 챙기는 일'까지 적어 각자 기본값을 확인한다. ② 교환: 한쪽이 시간을 못 내면 그 몫을 돈(가사 서비스·가전)으로 메울지, 다른 일로 바꿀지 정한다. 다만 '더 버니까 면제'는 상대가 동의할 때만 성립한다. ③ 점검: 승진·출산·이직처럼 일이 바뀌는 시점마다 다시 묻는다. 사회조사 수치는 2024년 자료이고, 퓨리서치는 미국 부부 대상이라 그대로 옮겨 오기는 어렵다. (사진) 공평은 숫자가 아니라 합의에서 온다. 연봉이 20배 차이 나도 하루는 똑같이 24시간이다. 집안일을 시간으로 나눌지, 돈으로 메울지, 역할로 바꿀지는 두 사람이 정할 일이다. 다만 통계가 말해 주는 건 하나다. 말로 맞추지 않으면 '반반'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 한 줄 정리 결혼이나 동거를 앞두고 있다면 '반반'을 정하기 전에 집안일 목록부터 같이 써 보자. 빨래·설거지·장보기·분리수거처럼 반복되는 일과 병원 예약·경조사 챙기기처럼 '머릿속으로 하는 일'까지 적고, 각자 어디까지가 기본값인지 말해 본다. 시간이 안 맞으면 돈(가사도우미·식기세척기)으로 메울 수 있는지 합의하고, 석 달에 한 번은 '요즘 공평하다고 느끼는지' 서로 묻는 날을 잡아 두자. ■ 출처 · 문화일보 — 블라인드 '연봉 20배 차이 나도 집안일은 반반이야?' 게시글 보도 (2026-10-29) http://v.daum.net/v/20261029214909268 · 동아일보 「국민 10명 중 7명 '가사 공평 분담해야'」(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 결과) (2024-11-12) http://v.daum.net/v/20241112124344776 · Pew Research Center 「In a Growing Share of U.S. Marriages, Husbands and Wives Earn About the Same」 (2023-04-13) https://www.pewresearch.org/social-trends/2023/04/13/in-a-growing-share-of-u-s-marriages-husbands-and-wives-earn-about-the-same/ · 가사 분담의 공정성 인식과 결혼의 질(Greenstein, 1996, Social For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