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를 쥐여 주면 상대가 나를 더 따뜻한 사람으로 본다. 2008년 사이언스에 실려 '데이트 꿀팁'으로 퍼진 실험이다. 그런데 참가자를 몇 배로 늘린 재현 실험들에서는 이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올해 9월 발표된 실험은 다른 온기를 찾았다. 섭씨 12도 방에 연인과 함께 들어가면 혼자일 때보다 피부 온도가 덜 떨어졌다. (사진) 컵의 온기는 손까지만. ■ ① '따뜻한 컵 = 따뜻한 마음'은 재현되지 않았다 미국 콜로라도대 로런스 윌리엄스와 예일대 존 바그는 2008년 두 실험을 발표했다. 뜨거운 커피를 잠깐 들고 있던 참가자(41명)는 아이스커피를 든 참가자보다 처음 소개받은 인물을 더 '따뜻한' 성격으로 평가했다. 뜨거운 찜질팩을 만져 본 참가자(53명)는 보상으로 자기 것보다 친구에게 줄 선물을 더 자주 골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2014년 린넛 연구팀은 세 개 실험실에서 모두 861명으로 찜질팩 실험을 다시 했지만 어느 실험실에서도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2019년 차브리스 연구팀은 두 실험을 원래보다 세 배 넘는 인원(128명, 177명)으로, 실험자도 조건을 모르게 하는 이중맹검 방식으로 반복했다. 효과는 0에 가까웠다. ▷ 원 연구 vs 재현 실험 참가자 수 · 861 재현 2014 · 177 재현 찜질팩 · 128 재현 커피 · 53 원 찜질팩 · 41 원 커피 자료: Williams & Bargh 2008 · Lynott 외 2014 · Chabris 외 2019 재현 실험은 원 연구보다 참가자가 3~16배 많았지만 효과를 찾지 못했다 (사진) 쌀쌀한 아침, 붙어 선 두 사람. ■ ② 12도 방에서 갈린 것 — 곁에 있는 사람 이스라엘 히브리대 모니아 마살하·시르 아칠 연구팀은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사회적 생리(Social Physiology)'라는 논문을 실었다. 당뇨가 없는 18~37세 연인 54쌍(108명)이 탄수화물 50g이 든 흰 식빵을 한 번은 혼자, 한 번은 연인과 대화하며 먹었다. 함께 먹었을 때 2시간 동안의 혈당 부담은 평균 14.6% 작았고, 식후 45분부터 120분까지 모든 측정 시점에서 혈당이 더 낮았다. 116명이 섭씨 12도 방에 5분 동안 들어간 실험에서는 연인이 곁에 있을 때 피부 온도가 떨어진 정도가 6.8% 작았다. 팔에 약한 전기 자극을 받을 때의 스트레스 반응도 6.0% 작았다. ▷ 연인이 곁에 있을 때 줄어든 몸의 부담 · 14.6 식후 혈당 부담 · 6.8 피부 온도 하락 · 6 스트레스 반응 자료: Masalha 외, Science Advances 2026(헤럴드경제 보도) 혼자일 때와 비교한 감소 폭. 영아 56명은 엄마가 곁에 있을 때 스트레스 반응이 2.6% 작았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두 연구를 함께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히브리대 실험의 효과는 몇 % 수준으로 작고, 사람마다 차이가 컸다. 연인과 함께일 때 오히려 조절이 나빠진 사람도 있었다. 연구팀도 '가까운 관계에서 확인된 결과일 뿐, 누구와 함께든 늘 몸에 이롭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식사 중 스트레스 수준은 혼자일 때와 차이가 없어서, 혈당이 왜 덜 올랐는지도 아직 설명하지 못했다. (사진) 컵이 아니라 옆자리. ■ ③ 쌀쌀한 가을 데이트에 옮겨 보면 두 결과를 겹쳐 보면 방향이 보인다. 손에 쥔 컵의 온도가 상대에 대한 판단을 바꾼다는 증거는 약해졌다. 반면 가까운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몸이 추위와 스트레스, 식후 혈당을 조금 더 수월하게 다룬다는 증거가 새로 나왔다. 히브리대 실험에서 연인들은 특별한 걸 하지 않았다. 같은 빵을 먹으며 자유롭게 이야기했을 뿐이다.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컵에서 오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데이터로는 그렇다. 올가을 데이트에서는 컵의 온도보다 옆자리를 먼저 챙겨 보자. (사진) 같이 먹는 저녁. ■ 한 줄 정리 쌀쌀한 날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건 여전히 좋은 매너다. 다만 그 컵이 상대 마음을 바꿔 줄 거라 기대하지는 말자. 데이터가 가리키는 쪽은 소품보다 사람이다. 혼자 먹던 점심을 한 번 같이 먹고, 추운 날엔 약속 장소에서 따로 기다리기보다 함께 걸어가 보자. 효과는 작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곁에 있는 시간은 쌓인다. ■ 출처 · Williams & Bargh (2008).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Science, 322(5901) · Lynott 외 (2014). Replication of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by Williams & Bargh (2008). Social Psychology, 45(3) · Chabris 외 (2019). No evidence that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Social Psychology, 50(2) · Masalha 외 (2026). Social Physiology: Human homeostasis is more efficient in social proximity. Science Advances, 12(39) · 헤럴드경제 「'혼밥'보다 함께 먹는 밥?…연인과 같이 먹었더니 식후 혈당 덜 올랐다」 (2026-10-08) https://v.daum.net/v/20261008201215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