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횟수의 외도라면, 상대가 한 명일 때와 여러 명일 때 중 어느 쪽이 더 아플까. 직관은 '여러 명'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미국 성인 1,318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등록 실험에서는 반대였다. 외도 상대가 늘어날수록 질투는 오히려 줄었다. 참가자들은 여러 명과의 관계를 '더 심한 바람'으로 평가하면서도, 한 사람과 반복된 관계에 더 크게 질투했다. 이 결과는 미국 연구팀(Gelbart·Krems·Pick·Ganesan·Thompson·Cohen)이 국제학술지 '이모션(Emotion)'에 26일 온라인으로 발표한 논문에 실렸다. 연구팀은 2023년 온라인 조사 플랫폼 클라우드리서치에서 모집한 미국 거주 참가자를 대상으로, 미리 가설과 분석 계획을 등록해 두고 두 차례 실험을 진행했다. (사진) 질투는 숫자보다 의미에 반응한다. ■ ① 총 횟수는 그대로, 상대 수만 바꿨다 참가자들은 연인이 외도한 가상 상황을 읽었다. 핵심은 통제다. 외도로 이어진 관계의 총 횟수는 똑같이 두고, 그 횟수가 한 사람과 반복된 것인지 여러 사람에게 나뉜 것인지만 바꿨다. 첫 실험은 한 사람이 여러 시나리오를 모두 평가하는 방식이었고, 두 번째 실험은 참가자마다 한 가지 시나리오만 보게 해 같은 효과를 다시 확인했다. 두 실험 모두 상대 수가 늘수록 질투는 줄어드는 쪽으로 나타났다. ▷ 질투, 직관과 실험 결과 자료: Gelbart 외(2026), Emotion · 2023년 미국 1,318명 ■ ② '더 심한 바람'과 '더 큰 질투'는 달랐다 두 번째 실험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참가자들은 여러 사람과 한 번씩 만난 쪽을 한 사람과 여러 번 만난 쪽보다 '더 바람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질투는 거꾸로, 덜 바람 같다고 본 쪽에서 더 컸다. 연구팀은 그 사이를 잇는 고리로 '정서적 애착 우려', 즉 연인이 그 사람에게 마음까지 줬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지목했다. 반면 연인에 대한 분노는 시나리오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화는 배신의 '양'을 따라가고, 질투는 관계의 '의미'를 따라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질투가 커지는 경로 (연구팀 해석) · 같은 횟수 총량은 고정 · 상대 수 한 명/여럿 · 애착 우려 마음이 갔나 · 질투 변화 한 명일 때↑ 자료: Gelbart 외(2026), Emotion 애착 우려의 매개는 두 번째 실험에서 '가능성'으로 제시된 결과 (사진) 한 사람과의 반복이 더 불안한 이유. ■ ③ 질투는 '경보 장치'에 가깝다 진화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질투를 연인을 잃을 위협에 대응하는 적응으로 봐 왔다(Buss 외, 1992). 이 관점에서 질투가 경계하는 건 외도 그 자체보다 '관계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가능성'이다. 여러 사람과의 가벼운 만남보다 한 사람과의 반복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서 설명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질투를 단순히 '배신의 양에 비례하는 감정'으로 보는 직관보다 이런 기능적 설명을 지지한다고 정리했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참가자들은 실제 외도를 겪은 게 아니라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고 답했다. 미국 온라인 참가자 대상이라 문화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초록에는 질투가 얼마나 줄었는지 효과의 크기가 나와 있지 않다. 무엇보다 '상대가 여럿이면 덜 질투한다'는 결과가 '덜 심각하다'는 뜻은 아니다. 참가자들 스스로 그쪽을 더 심한 바람으로 봤다. (사진) 질투가 묻는 건 '몇 번'이 아니라 '누구'다. (사진) 불안의 정체를 말로 꺼내는 순간. 질투가 날 때 우리는 흔히 '몇 번'을 묻는다. 하지만 이 연구가 보여 준 건 질투가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건 '그 사람이 너에게 어떤 의미냐'는 것이다. 질문을 바꾸면 대화도 바뀐다. 횟수를 추궁하는 대신 불안의 정체를 말하는 쪽이, 관계를 지키는 데 더 가까운 길이다. ■ 한 줄 정리 연인에게 질투가 날 때 '몇 번이나 연락했어?'처럼 횟수를 따지는 질문은 대화를 수사로 만든다. 이 연구대로라면 진짜 불안은 '그 사람에게 마음이 갔을까'에 있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그대로 말해 보자. "연락 횟수보다, 그 사람이 너한테 특별한 사람이 된 건 아닌지가 걱정돼." 불안의 정체를 정확히 말할수록 상대도 정확하게 안심시켜 줄 수 있다. ■ 출처 · Gelbart, Krems, Pick, Ganesan, Thompson & Cohen (2026). Jealousy decreases as rival number increases: Preregistered tests differentiating between functional and intuitive views. Emotion (2026-10-26) https://doi.org/10.1037/emo0001751 · 질투의 진화심리학(Buss, Larsen, Westen & Semmelroth, 1992, Psychological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