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어떻게 말했는지가 다음 만남을 가를 수 있다. 미국 연구팀이 스피드데이팅 대화를 분석했더니, 말투가 닮은 쌍일수록 서로 '다시 보고 싶다'고 고를 가능성이 높았다. 연인들의 메신저 대화에서도 말투가 닮은 커플이 석 달 뒤에도 더 많이 사귀고 있었다. 여기서 말투란 단어 선택이 아니라 '기능어'다. 조사, 대명사, 접속사처럼 거의 무의식으로 쓰는 말이다. 사람은 상대에게 집중할수록 이런 말의 쓰임새가 저절로 비슷해진다. 그래서 말투가 닮았다는 건 '서로 잘 듣고 있다'는 흔적에 가깝다. (사진) 말투는 대화의 박자에서 먼저 닮는다. ■ ① 연구가 본 것 — 말투가 닮으면 '다시 만나자'가 늘었다 Ireland 등 연구팀(2011, Psychological Science)은 두 가지 자료를 봤다. 첫째, 스피드데이팅에서 짧게 대화한 남녀의 녹취다. 기능어 쓰임이 비슷한 쌍일수록 둘 다 상대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당사자들은 자기 말투가 상대와 닮아가고 있다는 걸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둘째, 사귀는 커플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다. 말투가 닮은 커플이 석 달 뒤에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 말투가 닮아가는 과정 · 집중 상대 말에 주의를 둔다 · 동조 조사·대명사 쓰임이 비슷해진다 · 신호 '잘 통한다'는 느낌이 생긴다 · 선택 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자료: Ireland 외(2011) 개념 정리 연구는 상관관계를 본 것이다. 말투를 억지로 맞춘다고 호감이 생긴다는 실험은 아니다. (사진) 같은 리듬의 메시지가 오가는 썸 카톡. ■ ② 몸짓도 같다 — 따라 해 준 사람이 더 좋아 보였다 Chartrand와 Bargh(1999)는 이를 '카멜레온 효과'라고 불렀다. 실험 참가자와 대화하는 사람이 참가자의 자세나 버릇을 슬쩍 따라 하자, 참가자는 그 사람을 더 좋게 평가했고 대화도 더 매끄러웠다고 느꼈다. 따라 한 걸 알아챈 참가자는 거의 없었다. 핵심은 '티가 안 났다'는 데 있다. 대놓고 흉내 내면 상대는 놀림받는 기분이 들 수 있다. ▷ 통하는 따라 하기 vs 들키는 흉내 자료: Chartrand & Bargh(1999) 개념 정리 왼쪽은 '잘 듣고 있다'는 신호, 오른쪽은 '연기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쉽다. (사진) 따라 하기는 흉내가 아니라 박자 맞추기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이 연구들은 미국 대학생·성인을 대상으로 했고, 영어 기능어를 분석했다. 한국어에서도 똑같은 크기로 나타나는지는 따로 확인된 바 없다. 또 '말투가 닮아서 잘 된 것'인지 '잘 맞아서 말투가 닮은 것'인지는 이 자료만으로 가를 수 없다. 기술로 쓰되, 진짜 관심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다. 먼저 잘 듣고, 그다음 박자를 맞추고, 마지막으로 내 얘기를 꺼낸다. 말투는 듣는 만큼 닮는다. 이번 주 소개팅이나 썸 카톡에서 상대의 문장 길이 하나만 맞춰 보자. (사진) 잘 듣는 만큼 말투도 닮는다. ■ 한 줄 정리 다음 소개팅에서는 상대의 '말 속도'와 '문장 길이'만 먼저 맞춰 보자. 상대가 천천히 짧게 말하면 나도 한 박자 늦추고, 길게 풀어 말하면 맞장구를 길게 받는다. 카톡에서는 상대가 'ㅎㅎ'를 쓰는지 'ㅋㅋ'를 쓰는지, 이모티콘을 얼마나 쓰는지만 봐도 충분하다. 단어나 몸짓을 그대로 베끼는 건 금방 들키니, 리듬만 맞춘다고 생각하면 된다. ■ 출처 · Ireland, Slatcher, Eastwick, Scissors, Finkel & Pennebaker (2011), 'Language Style Matching Predicts Relationship Initiation and Stability', Psychological Science · Chartrand & Bargh (1999), 'The Chameleon Effect: The Perception–Behavior Link and Social Inter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