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약속에 또 20분 늦었다. 이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문장이 '원래 이런 사람이지'인지 '오늘 무슨 일 있었나'인지가 관계의 앞날과 함께 간다. 신혼부부를 몇 년씩 따라간 연구에서, 상대의 잘못을 '원래 그런 탓'으로 읽는 습관은 이후 만족도 하락과 맞물려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어떤 행동의 원인을 해석하는 일을 '귀인(attribution)'이라고 부른다. 미국 UCLA 토머스 브래드버리(Thomas Bradbury)와 프랭크 핀첨(Frank Fincham)은 1990년 「Psychological Bulletin」에 결혼 속 귀인 연구를 모아 정리했다. 행복한 커플과 불만이 큰 커플은 같은 행동을 정반대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사진) 같은 20분, 다른 해석. ■ ① 잘못은 '원래', 잘한 건 '어쩌다' — 불만을 키우는 해석 리뷰가 짚은 해석 방식은 세 갈래다. 원인이 그 사람 안에 있는가(내부),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인가(안정), 다른 일에도 다 그런가(전반). 불만이 큰 커플은 상대의 잘못에 이 세 가지를 모두 붙였다. '넌 원래 그래, 늘 그래, 매사에 그래.' 반면 상대가 잘해 준 일은 '오늘 기분이 좋았나 보지'처럼 일시적이고 바깥 이유로 돌렸다. ▷ 같은 행동, 두 가지 해석 자료: Bradbury·Fincham(1990) Psychological Bulletin 행복한 커플은 대체로 왼쪽, 불만이 큰 커플은 오른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진) 말 대신 먼저 떠오르는 문장. ■ ② 해석이 먼저인가, 불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질문이 남는다. 이미 사이가 나빠서 나쁘게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벤저민 카니(Benjamin Karney)와 브래드버리는 2000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신혼부부를 여러 해 반복 측정한 결과를 냈다. 불만을 키우는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은 그 뒤 결혼 만족도가 떨어지는 흐름과 함께 움직였다. 해석 습관과 관계 만족이 서로를 끌어내리는 고리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 서운할 때 해석 바꾸는 순서 · 멈춤 첫 문장 보류 · 질문 오늘 무슨 일? · 확인 직접 물어보기 · 기억 좋은 건 원래로 자료: 공공라운지 정리 (사진) 원인을 묻는 쪽으로. [✔ 솔직한 체크포인트] 좋게 해석하라는 말이 모든 걸 참으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문제다. 이 연구들도 주로 결혼한 부부를 본 것이라 연애 초반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폭언·폭력·통제는 '좋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 (사진) 다음 약속은 조금 일찍. 늦은 20분은 바꿀 수 없지만, 그 20분에 붙일 문장은 고를 수 있다. 서운한 날엔 '원래'를 빼고 '오늘'을 넣어 묻고, 고마운 날엔 '어쩌다'를 빼고 '역시'를 넣어 말해 보자. ■ 한 줄 정리 서운한 일이 생기면 말하기 전에 속으로 문장을 하나만 바꿔 보자. '넌 원래 그래'를 '오늘은 왜 그랬을까'로. 그리고 실제로 물어보면 된다. 반대로 상대가 잘해 준 날엔 '웬일이야' 대신 '역시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해 주자. 같은 행동에 붙이는 해석이 쌓여 관계의 분위기가 된다. 다만 같은 일이 반복되고 사과·변화가 없다면, 해석이 아니라 대화로 다뤄야 할 문제다. ■ 출처 · Bradbury, T. N., & Fincham, F. D. (1990). Attributions in marriage: Review and critique. Psychological Bulletin · Karney, B. R., & Bradbury, T. N. (2000). Attributions in marriage: State or trait? A growth curve analysi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