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bittersweet', 쓴맛이 먼저다. 약 2600년 전 그리스 시인 사포는 반대로 '달콤씁쓸(glukupikron)'이라고 썼다. 단맛이 먼저 오고 쓴맛은 그 뒤에 온다. 이 단어에서 출발해 사랑을 다시 읽은 책 『에로스, 달콤씁쓸한』의 저자 앤 카슨(76)이 8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다. 연애 칼럼이 노벨상 소식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사진) 노벨문학상 발표 다음 날, 서점의 시집 코너. ■ ① 앤 카슨은 누구인가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카슨은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번역가이고 고전학자다. 스웨덴 한림원은 "고전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현대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첫 저서 『에로스, 달콤씁쓸한』(1986)은 박사 논문을 바탕으로 사포의 시어에서 욕망의 본질을 파고든 책이다. 결혼과 사랑, 배신의 기억을 29편의 '탱고'로 풀어낸 『남편의 아름다움』(2001)으로는 여성 최초로 T. S. 엘리엇상을 받았다. 캐나다 작가의 수상은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13년 만이고, 여성으로는 역대 19번째 수상자다. 상금은 12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1000만원), 시상식은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 숫자로 보는 앤 카슨 · 1986 첫 저서 출간 『에로스, 달콤씁쓸한』 · 29편 『남편의 아름다움』의 탱고 결혼과 배신의 기억 · 19번째 역대 여성 수상자 캐나다 작가는 13년 만 ▷ 같은 감정, 다른 순서 자료: 사포의 시, 앤 카슨 『에로스, 달콤씁쓸한』(1986) (사진) 단맛이 먼저, 쓴맛은 그 뒤에. ■ ② 카슨의 핵심 — 에로스는 '결핍'이다 카슨에 따르면 그리스어 에로스는 원하는 것, 모자란 것, 없는 것을 향한 바람을 뜻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빈자리가 채워지는 순간 그 바람은 모습을 바꾼다. 카슨은 사포의 시에서 사랑을 세 꼭짓점으로 읽는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받는 사람, 그리고 둘 사이에 놓인 무언가다. 그 사이는 거리일 수도, 다른 사람일 수도, 시간일 수도 있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 게 있을 때 욕망은 오히려 또렷해진다는 것이다. ▷ 카슨이 읽은 사랑의 세 꼭짓점 · 사랑하는 이 원하는 쪽 · 둘 사이 거리·장애물 · 사랑받는 이 원해지는 쪽 자료: 앤 카슨 『에로스, 달콤씁쓸한』(1986)의 해석을 요약 (사진) 둘 사이에 놓인 것. ■ ③ 오늘의 연애에 옮기면 — 3가지 이유 카슨의 읽기를 지금의 연애에 옮기면 단맛 뒤에 쓴맛이 오는 이유가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처음의 단맛은 아직 '없는 것'을 원하는 데서 나온다. 둘째, 가까워져 빈자리가 줄면 그 단맛도 달라진다. 셋째, 연락이 늦거나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순간처럼 둘 사이를 막는 게 생기면 마음은 다시 날카로워진다. 주말에만 만나는 혁신도시 커플이라면, 평일의 거리를 줄여야 할 손해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에로스, 달콤씁쓸한』은 문학과 고전학의 해석이지 실험 연구가 아니다. '결핍이 욕망을 만든다'를 일부러 연락을 끊어 애태우라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상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거리가 아니라 상처다. 카슨이 말한 '사이'는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거리를 알아보는 일에 가깝다. (사진) 거리를 견디는 것도 사랑의 일부다. ■ 한 줄 정리 연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서운하게만 느껴진다면 카슨의 말을 하나 빌려 오자. 원하는 마음은 빈자리에서 자란다. 주말 커플이라면 못 만나는 평일을 손해로만 세지 말고, 다음 만남에 할 이야기를 하나씩 모아 두자. 다만 일부러 연락을 끊어 애태우는 '밀당'과는 다르다. 빈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거리를 같이 견디는 쪽이다. ■ 출처 · 경향신문 「아이슬란드서 바람 소리 듣다 노벨상 소식···파킨슨병도 꺾지 못한 글쓰기」 (2026-10-08) https://v.daum.net/v/20261008220411645 · 중앙일보 「캐나다 작가 앤 카슨 노벨문학상 수상…그리스·로마 문학이 뿌리」 (2026-10-08) https://v.daum.net/v/20261008204243311 · 앤 카슨, 『에로스, 달콤씁쓸한』(Eros the Bittersweet,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