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에서 '코스트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처음 만난 커플이, 3년 뒤 같은 매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미국에서 창고형 마트가 데이트 코스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뉴머레이터 집계로 지난 1년간 약 7230만 가구가 코스트코를 다녀갔고, 평균 회원은 1년에 31차례 매장을 찾았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같은 장소에 반복해서 간다는 뜻이다. 추석 장보기로 마트 갈 일이 늘어나는 이번 주에 읽기에 묘하게 맞는 소식이다. (사진) 카트를 미는 동안에는 침묵이 어색하지 않다. ■ ① 고물가가 만든 '커클랜드 시그니처 데이트' USA투데이가 전한 배경은 경제다. 외식비와 생활비가 오르면서 비싼 식당이나 카페 대신 마트 매장과 푸드코트를 만남의 장소로 쓰는 사람이 늘었다. LA에 사는 한 인플루언서의 말이 이 흐름을 요약한다.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 저녁 한 끼에 200달러를 쓰는 대신 코스트코에서 일주일치 식재료를 사고 3달러짜리 프로즌 요거트로 마무리한다." 일부 부부는 무료 시식을 즐기며 매장을 한 바퀴 돌고 피자나 치킨 베이크로 끝내는 코스에 '커클랜드 시그니처 데이트'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쓰임새는 연인만이 아니다. 샌호세의 네 아이 어머니는 일요일마다 다른 부모들과 매장에서 만나 장을 본 뒤 함께 식사하고, UC데이비스에는 단체로 코스트코에 가는 학생 동아리가 생겼다. ▷ '커클랜드 시그니처 데이트'의 순서 · 무료 시식 말문이 트이는 구간, 돈이 들지 않는다 · 매장 한 바퀴 고르는 동안 서로의 기준이 드러난다 · 푸드코트 피자·치킨 베이크로 저렴하게 마무리 · 계산대 끝내는 타이밍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코스가 굴러가는 이유는 낭만이 아니라 구조다. 대화가 끊겨도 '고르는 중'이 되고, 끝내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 (사진) 시식대 앞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말이 오간다. ■ ② 전문가들이 꺼낸 말 — '제3의 공간'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코스트코가 집과 직장 이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제3의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렴한 음식, 무료 시식, 부담 없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사람을 모으고, 반복적인 방문과 긴 체류 시간이 그곳을 커뮤니티로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 대목이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우리가 '만남이 없다'고 말할 때 지목한 건 대체로 소개팅 자리의 부족이었다. 하지만 미국 사례가 보여 주는 건 만남이 특별한 자리가 아니라 '자주 가고 오래 머무는 평범한 장소'에서 생긴다는 쪽이다. 연간 31차례라는 방문 빈도가 핵심이다. 한 번의 근사한 자리보다 서른 번의 평범한 마주침이 관계를 만든다. ▷ 외식 데이트와 마트 데이트, 무엇이 다른가 미국에서 이 방식이 퍼진 직접적 이유는 물가다. 다만 관계 측면의 장점은 값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 숫자로 본 코스트코의 '제3의 공간' · 7230만 지난 1년간 코스트코를 이용한 미국 가구 뉴머레이터 집계 · 31회 평균 회원의 연간 매장 방문 횟수 한 달에 두 번 이상 같은 장소 · 3달러 코스가 끝나는 푸드코트 디저트 가격 한 끼 200달러 외식의 대안으로 언급 (사진) 푸드코트는 가장 값싼 '오래 앉아 있을 권리'를 판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미국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면 무리가 따른다. 코스트코 회원제와 자동차 중심 생활, 넓은 푸드코트가 전제된 구조다. 한국에서 이 사례가 의미 있는 대목은 장소 이름이 아니라 조건이다. 자주 가고, 오래 머물러도 눈치 보이지 않고, 돈이 적게 드는 곳. 동네 도서관이든 단골 체육시설이든 그 세 가지를 충족하면 같은 역할을 한다. (사진) 카트 한 대에 담기는 정보량. 명절 장보기로 마트에 설 일이 많은 주다. 그 줄에 서 있는 동안, 우리가 '만날 자리가 없다'고 말할 때 정작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디였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미국에서 그 답은 값비싼 레스토랑이 아니라 카트를 미는 통로였다. ■ 한 줄 정리 마트 데이트가 의외로 잘 굴러가는 건 분위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구조가 좋아서다. 세 가지 이유가 겹친다. 첫째, 대화가 끊겨도 어색하지 않다. 카페에서는 침묵이 곧 사고지만, 카트를 밀고 있으면 말이 끊긴 구간이 그냥 '고르는 중'이 된다. 첫 만남에서 가장 무서운 게 침묵인데 그 위험이 통째로 사라진다. 둘째, 선택이 끝없이 나온다. 무엇을 살지 고르는 동안 상대의 기준이 계속 드러난다. 브랜드를 보는지 용량을 보는지, 새로운 걸 집는지 늘 쓰던 걸 집는지 — 취향 질문을 백 개 던지는 것보다 카트 한 번이 정보량이 많다. 셋째, 끝내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 계산하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마무리다. '언제 일어나자고 하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부담이 확 낮아진다. 다만 첫 만남에 쓰기엔 함정도 있다. 생활 반경이 그대로 노출되고, 짐이 생기면 헤어질 때 동선이 꼬인다. 두세 번째 만남부터, 짐은 각자 한 봉지씩만 드는 정도가 적당하다. ■ 출처 · 미주중앙일보 「코스트코, 장보는 곳 넘어 '만남의 광장'으로」(USA투데이 인용) (2026-09-17) https://www.koreadaily.com/article/20260917155639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