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람은 매일 보는 절친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보는 사람에게서 온다. 사회학의 고전 조사가 그렇게 말한다. 1970년 미국 매사추세츠 뉴턴시에서 개인적 연줄로 일자리를 찾은 54명에게 '그 정보를 준 사람을 얼마나 자주 봤느냐'고 물었더니, 주 1회 이상 보던 사이는 16.7%뿐이었다. 절반이 넘는 55.6%가 '가끔 보는 사이'였고, 27.8%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였다. 그리고 추석 연휴는, 바로 그 '가끔 보는 사이'를 한자리에서 다 만나는 1년에 몇 없는 구간이다. (사진) 연휴는 1년치 약한 연결이 한 방에 모이는 날이다. ■ ① 절친은 나와 똑같은 걸 알고 있다 마크 그래노베터가 1973년에 정리한 '약한 연결의 힘'은 의외로 단순한 구조다. 매일 붙어 다니는 사람들은 생활 반경도, 만나는 사람도 나와 거의 겹친다. 그래서 절친이 아는 미혼은 대체로 내가 이미 아는 미혼이다. 반대로 1년에 한 번 보는 사촌, 명절에만 마주치는 동네 형, 십 년 만의 동창은 나와 전혀 다른 명단을 들고 산다. 새로운 이름이 나올 확률은 그쪽이 압도적으로 높다. 흥미로운 건 조사 대상자들의 표현이었다. '친구가 알려 줬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돌아온 답이 "친구가 아니라 그냥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소개를 부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과, 실제로 새 사람을 데려오는 사람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 일자리 정보를 준 사람을 얼마나 자주 만났나 · 55.6 가끔 (연 1회 초과 ~ 주 2회 미만) · 27.8 드물게 (연 1회 이하) · 16.7 자주 (주 1회 이상) 자료: Granovetter 1970·1973 · 개인적 연줄로 취업한 54명 이 조사는 연애가 아니라 '일자리 정보'를 다뤘다. 다만 새 사람·새 정보가 들어오는 통로의 구조는 같다는 것이 이후 연구들의 설명이다. (사진) 가까운 원과 먼 원, 새 이름은 바깥에 있다. ■ ② 2000만 명으로 다시 확인한 2022년 반세기 전 조사라 믿기 어렵다면 최근 연구가 있다. 라지쿠마르 등 연구진은 2022년 학술지 Science에 링크드인 이용자 2000만 명 규모의 대조 실험 결과를 실었다. 추천 알고리즘을 조정해 어떤 사람에게는 더 가까운 사이를, 어떤 사람에게는 더 먼 사이를 연결해 주고 실제 이직으로 이어졌는지를 봤다. 결과는 고전 연구와 같은 방향이었다. 가장 끈끈한 사이는 새 일자리로 이어지는 힘이 오히려 약했고, '적당히 약한 사이'가 가장 크게 작동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하나 붙는다. 아무리 멀어도 되는 게 아니라 '적당히'여야 한다는 것. 완전히 남인 사람은 나를 떠올려 주지 않는다. 명절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 있다. 연휴는 완전히 끊긴 사이를 1년에 한 번 '적당히 약한 사이'로 되돌려 놓는 장치다. ▷ 연휴에 약한 연결을 살리는 네 단계 · 얼굴 보기 안부 인사만으로 연결이 되살아난다 · 근황 한 줄 '요즘 혼자예요'까지만 말한다 · 범위 지목 '형 회사 동기 중에' 하고 명단을 좁힌다 · 사흘 안 인사 연휴 끝나고 고맙다는 연락 한 번 더 네 번째 칸을 건너뛰면 세 번째까지의 노력이 대부분 사라진다. 기억에 남는 건 부탁이 아니라 부탁 뒤의 연락이다. (사진) 부탁은 말보다 뒤이은 연락에서 완성된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약한 연결'은 아무에게나 부탁하라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나와 명단이 겹치지 않는 사람'이다. 절친에게 부탁하면 이미 아는 이름이 돌아오고, 생판 남에게 부탁하면 아무 이름도 돌아오지 않는다. 명절에 만나는 사촌·동창·고향 선배가 딱 그 중간 지점에 있다. (사진) 귀성길의 끝, 오랜만의 얼굴들. 물론 두 연구 모두 '일자리'를 다뤘지 연애를 측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새 사람이 들어오는 통로가 친밀도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반복해서 확인됐다. 연휴에 만나는 사람 중 절반은 아마 올해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당신이 모르는 명단을 들고 있다. ■ 한 줄 정리 명절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는 거의 아무 일도 일으키지 못한다. 듣는 사람 머릿속에 검색 조건이 하나도 안 생기기 때문이다. 부탁을 실제로 움직이는 문장으로 바꾸는 요령은 세 가지다. 첫째, 조건이 아니라 '장면'을 말한다. '키 178 이상, 공무원'보다 '주말에 같이 등산 가자고 하면 진짜 나올 사람'이 훨씬 잘 걸린다. 사람은 스펙 목록이 아니라 기억 속 장면으로 사람을 떠올린다. 둘째, 범위를 좁혀 준다. '아무나'는 후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아무도 안 떠오른다. '형 회사 동기 중에' '이모 성당 쪽에'처럼 상대가 실제로 가진 명단을 지목하면 그 자리에서 이름이 나온다. 셋째, 부탁을 받는 쪽의 부담을 미리 덜어 준다. '잘 안 돼도 괜찮으니 연락처만 던져 줘도 된다'는 한마디가 있어야 '괜히 소개했다 사이 나빠지면 어쩌지'라는 계산이 풀린다. 그리고 연휴가 끝난 뒤 사흘 안에 고맙다는 연락을 한 번 더 넣으면, 그 사람은 1년 내내 당신을 후보 명단에 남겨 둔다. ■ 출처 · Mark Granovetter, 「The Strength of Weak Tie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973) · Mark Granovetter, 「Changing Jobs: Channels of Mobility Information in a Suburban Community」, 하버드대 박사논문 (1970) · Rajkumar·Saint-Jacques·Bojinov·Brynjolfsson·Aral, 「A causal test of the strength of weak ties」, Scienc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