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소득이 없어도, 미혼이면 국민연금 가입자로 남고 결혼하면 가입 대상에서 빠진다. 이렇게 제도 밖에 놓인 '적용제외자'가 약 667만 명이다. 국민연금공단이 22일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이 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2013년 개편 시도가 무산된 지 13년 만이다. 전북 전주 혁신도시에 본부를 둔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6월 '가입구조 개편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1988년 제도 도입 때 설계된 '외벌이 가장 중심의 1가구 1연금' 틀을 모든 성인이 각자 연금을 받는 '1인 1연금'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핵심은 소득 없는 배우자를 지역가입자 안의 '납부예외자'로 넣는 것이다. (사진) 같은 무소득, 결혼 여부가 연금의 문을 갈랐다. ■ ① 미혼은 '납부예외', 기혼은 '적용제외' 현행 국민연금법에서 27세 이상 미혼 무소득자는 지역가입자 자격을 유지한 채 보험료 납부만 미루는 '납부예외자'가 된다. 나중에 소득이 생기면 과거 기간 보험료를 최대 119개월까지 소급해 내는 '추후납부(추납)'를 할 수 있고,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월 소득 80만 원 미만 등 요건, 보험료 50%·생애 최대 12개월)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소득 있는 배우자를 둔 기혼 무소득자는 아예 가입 대상에서 빠진다. 예를 들어 27세부터 소득 없이 지내다 32세에 취업하면 미혼은 지난 5년 치를 추납할 수 있지만, 그사이 결혼했다면 그 기간은 추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 소득이 없을 때, 결혼 여부로 갈린다 자료: 매일경제·파이낸셜뉴스(2026.10.23) 기혼 무소득자도 원하면 임의가입으로 보험료를 낼 수 있지만, 지역가입자보다 혜택이 불리하다 ■ ② 18~59세 2,940만 명은 어디에 있나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인 18~59세 주민등록인구 2,940만 명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는 2,093만 명, 공무원·군인·사학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자는 180만 명이다. 나머지 약 667만 명이 적용제외자다. 여기에 가입자이면서도 실직·사업 중단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예외자 242만 명과 장기체납자 45만 명을 더하면, 연금 사각지대는 954만 명으로 18~59세의 32.4%에 이른다. ▷ 18~59세 2,940만 명의 연금 위치 (단위: 만 명) · 2093 국민연금 가입 · 667 적용제외 · 180 특수직역연금 자료: 국민연금공단(2026년 3월 기준)·매일경제 국민연금 가입자 중 납부예외 242만·장기체납 45만 명까지 합친 사각지대는 954만 명(32.4%) (사진) 경력이 끊긴 자리에서, 연금도 함께 끊겼다. ■ ③ 결혼·육아로 밀려난 사람들, 노후 연금은 절반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일을 안 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27~59세 적용제외자 385만여 명 중 91.6%가 과거 직장 생활 등으로 보험료를 낸 이력이 있었고, 4년 넘게 낸 사람도 216만 명이었다. 결혼·출산·육아로 경력이 끊기며 밀려났다는 뜻이다. 그 결과는 노후 격차로 이어진다. 국민연금공단 통계(2025년 12월)로 여성의 월평균 노령연금은 42만9,206원으로 남성(85만1,670원)의 절반 수준이다. 의무가 없는데도 스스로 보험료를 내는 임의가입자 33만여 명 중 80.3%가 여성이다. ▷ 숫자로 본 '결혼 뒤 연금' · 91.6% 과거 납부 이력 27~59세 적용제외자 · 42.9만 여성 노령연금 남성 85.2만 원 · 80.3% 임의가입 중 여성 스스로 내는 연금 (사진) 1가구 1연금에서 1인 1연금으로. [✔ 솔직한 체크포인트] 아직 확정된 제도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설명자료에서 무소득 배우자의 당연가입 편입은 1995년 이후 큰 변화 없던 가입체계 전반을 바꾸는 일이라 국민연금법 개정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며, 의견수렴을 거쳐 검토·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고소득층이 목돈으로 추납해 높은 연금을 챙긴 '연금 재테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추납 기준과 저소득층 지원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관건이다. 적용제외자 규모는 공단 3월 기준, 의원실 분석은 6월 기준이라 집계 시점이 다르다. (사진) 둘의 노후를 함께 계산하는 밤. 결혼은 두 사람의 삶을 합치는 일이지만, 지금의 연금 제도는 한 사람의 이름만 남기기도 했다. 개편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국회 논의에 달렸다. 그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두 사람의 연금 이력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 한 줄 정리 결혼을 앞뒀거나 육아휴직·퇴사로 한 사람의 소득이 끊길 계획이 있다면, 두 사람의 국민연금 가입 이력을 국민연금공단 누리집이나 앱에서 함께 조회해 보자. 지금 제도에서는 소득 없는 배우자가 '적용제외'로 분류되지만 원하면 임의가입으로 보험료를 낼 수 있다. 다만 지역가입자와 혜택이 다르니 공단 상담(국번 없이 1355)으로 조건을 먼저 확인하자. 개편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나올 국회 논의도 지켜볼 것. ■ 출처 · 파이낸셜뉴스 「'결혼이 가른 여고 동창의 엇갈린 노후'…전업주부 연금의 문, 13년 만에 다시 열린다」 (2026-10-23) http://v.daum.net/v/20261023044158918 · 매일경제 「남편 연금만 믿어야 하는 전업주부, 사라진다…'1인 1연금' 추진」 (2026-10-23) http://v.daum.net/v/20261023055400038 · 정책브리핑 보건복지부 설명자료(10.23) (2026-10-23) http://v.daum.net/v/20261023174032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