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몰래 코인을 샀다.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닌데, 들켰을 때 공기는 비슷하게 차가워진다. 소비자심리학에는 이 행동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 '재정적 외도(financial infidelity)'다. 오늘 급상승 검색어에 '가상자산'이 올랐다. 수익 인증과 손실 고백이 동시에 쏟아지는 시장에서,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은 투자는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연구자들이 이걸 왜 '외도'라고까지 부르는지 세 가지 이유로 풀었다. (사진) 말하지 않은 투자는 작은 화면 안에서 시작된다. ■ ① 기준은 금액이 아니라 '예상되는 반대' 가빈스키 등 연구진은 2020년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실린 논문에서 재정적 외도를 이렇게 정의했다. '연인이 못마땅해할 것이라 예상되는 금전 행동을 하면서, 이를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는 것.' 두 조건이 핵심이다. 상대가 반대할 걸 안다는 것, 그리고 일부러 말하지 않는다는 것. 액수가 작아도 두 조건을 채우면 해당하고, 액수가 커도 미리 합의했다면 해당하지 않는다. 연구진이 든 예에는 지출과 빚뿐 아니라 '저축'을 숨기는 것도 들어 있다. ▷ 재정적 외도, 해당하는 것과 아닌 것 자료: Garbinsky 외(2020) 정의를 적용한 예시 (사진) 숨기는 행동은 결제 방식에서 먼저 드러난다. ■ ② 숨기는 사람은 '방식'이 닮았다 연구진은 재정적 외도를 얼마나 하기 쉬운 사람인지 재는 척도(FI-Scale)를 만들어 10개의 실험실 연구와 1개의 현장 연구에 적용했다. 커플 가계부 앱과 손잡고 실제 은행 계좌 데이터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척도 점수는 기혼자의 실제 재정적 외도를 예측했고, 배우자가 반대할 걸 알면서 하는 지출, 눈에 띄지 않는 결제 수단 선호, 표시 없는 포장 선호, 계좌 정보 숨기기 같은 행동과도 이어졌다. 한 번의 실수라기보다 사람마다 다른 '성향'에 가깝다는 뜻이다. ▷ 말하지 않은 투자가 관계를 흔드는 순서 · 반대 예상 '말하면 싫어할 텐데' · 말하지 않음 의도적 비공개 · 숨길 수단 별도 계좌·앱·결제수단 · 발각 알림·손실·우연 · 신뢰 문제 '왜 말 안 했어?' 자료: 재정적 외도 개념 정리(Garbinsky 외, 2020) ■ ③ 수익이 나도 남는 건 '비밀'이다 연구진은 논문 첫 문장에 '연애 관계는 신뢰 위에 세워진다'고 적었다. 그래서 들켰을 때 대화는 '얼마 잃었어?'가 아니라 '왜 말 안 했어?'로 흐르기 쉽다. 수익이 났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가 확인하는 건 돈의 결과가 아니라 '중요한 결정에서 나는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외도라는 단어가 과장처럼 들려도, 상처가 나는 지점은 실제로 닮았다. (사진) 관계의 장부에는 금액보다 '공유'가 먼저 적힌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이 연구는 주로 미국 성인과 기혼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연애 중인 커플에게 그대로 옮기는 건 개념을 넓혀 쓴 것이다. 또 이 글은 가상자산 투자가 옳다, 그르다를 말하지 않는다. 결혼 전 연인 사이라면 돈을 어디까지 공유할지는 각자 정할 몫이다. 문제는 투자가 아니라 '상대가 반대할 걸 알면서 숨기는 것'이다. 말하기 어려운 투자일수록 먼저 정할 건 금액이 아니라 규칙이다. '얼마 이상은 서로 말한다', '각자 통장은 존재만 공유한다'처럼 한 줄 규칙이 있으면, 들킬 일도 숨길 일도 줄어든다. (사진) 돈 이야기는 식탁 위에서 할 때 덜 아프다. ■ 한 줄 정리 돈 이야기는 액수보다 '기준선'부터 정하면 쉽다. '각자 이 금액 이상 쓰거나 투자하면 서로 말한다'는 선 하나만 정해 두자. 이미 말하지 않은 투자가 있다면, 들키기 전에 먼저 꺼내는 편이 낫다. 그때는 수익·손실 금액보다 '왜 말하지 못했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대화가 신뢰 쪽으로 간다. ■ 출처 · Garbinsky, Gladstone, Nikolova & Olson (2020), 'Love, Lies, and Money: Financial Infidelity in Romantic Relationship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 구글 트렌드 오늘의 급상승 검색어(2026년 10월 1일 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