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사촌의 결혼 소식을 듣고 돌아온 밤, 지웠던 소개팅 앱을 다시 까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서두르는 마음이 오히려 나와 덜 맞는 사람을 고르게 만든다. 토론토대 연구팀(Spielmann 외, 2013)은 '혼자가 될까 두려운 마음'이 강한 사람일수록 나를 덜 챙기는 상대에게도 만족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여러 실험으로 보여 줬다. 조급함은 속도만 올리는 게 아니라 기준을 낮춘다. (사진) 비교는 의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일어난다. ■ ① 비교는 막을 수 없다 — 대상이 문제다 사회심리학자 페스팅거(Festinger, 1954)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인 기준이 없을 때 주변 사람과 비교해 가늠한다고 설명했다. 연애와 결혼에는 정답 나이가 없으니 비교가 더 쉽게 일어난다. 명절은 그 비교 대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동갑 사촌의 결혼, 후배의 임신 소식, '너는 언제?'라는 질문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나보다 앞서 보이는 사람과 비교하는 상향비교가 반복되면, 원래 없던 '마감 시간'이 마음속에 생긴다. 이게 연애 조급증의 출발점이다. ▷ 명절 뒤 연애 조급증이 생기는 흐름 · 비교 사촌·친구의 결혼 소식 · 마감 시간 생김 '나만 늦었다'는 시간표 불안 · 기준 낮추기 안 되는 조건을 눈감기 · 맞지 않는 관계 불만이 있어도 떠나기 어려움 끊을 수 있는 지점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다. (사진) 조급할 때 가장 먼저 흐려지는 건 '안 되는 조건'이다. ■ ② 두려움은 '반응성'에 대한 눈을 흐린다 스필먼 연구팀이 주목한 건 상대의 '반응성'이다. 내 말을 잘 들어 주고, 나를 이해하고, 챙겨 주는 정도를 말한다. 관계 만족을 가장 잘 예측하는 요소 중 하나다. 혼자가 될 두려움이 큰 사람들은 이 반응성이 낮은 상대를 봐도 호감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이미 연애 중인 경우에는 불만이 있어도 관계에 더 매달리는 경향을 보였다. 외모나 조건보다 이 부분이 흐려진다는 게 중요하다. 조급할 때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찾게 된다. ▷ 조급할 때 vs 기준을 지킬 때 — 세 번째 만남 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왼쪽 질문은 시간을 보고, 오른쪽 질문은 사람을 본다. (사진) 남의 시간표와 내 시간표는 다르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이 연구는 '빨리 연애하면 실패한다'는 말이 아니다. 혼자가 될 두려움과 상대 선택 기준의 관계를 본 것이고, 인과를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또 결혼을 원하고 준비하는 것 자체는 조급증이 아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이유다. 내가 원해서 서두르는 것과, 남의 소식에 밀려 서두르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적극성이고 후자는 불안이다. 연휴가 끝나면 조급함도 조금 가라앉는다. 그 전에 '안 되는 조건' 세 줄만 적어 두자. 누군가를 빨리 만나는 것보다, 나를 챙기지 않는 사람을 빨리 알아보는 쪽이 결국 시간을 아낀다. (사진) 연휴가 끝나면 다시 내 속도로 돌아온다. ■ 한 줄 정리 연휴가 끝나고 소개팅이나 앱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종이에 두 줄만 적어 보자. 첫 줄은 '이 사람이면 좋겠다'가 아니라 '이것만은 안 된다'는 조건 세 가지다. 연락이 일방적인 사람, 내 이야기를 흘려듣는 사람처럼 구체적일수록 좋다. 둘째 줄은 '지금 내가 서두르는 이유'다. 사촌 결혼, 부모님 한마디, 친구 청첩장처럼 이유가 남에게서 왔다면 그건 내 속도가 아니라 남의 시간표다. 새 사람을 만나 설레는 건 좋은 일이지만, 세 번째 만남쯤에 첫 줄을 다시 꺼내 보자. 조급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이상형이 아니라 이 '안 되는 조건'이다. ■ 출처 · Spielmann, MacDonald, Maxwell, Joel, Peragine 외 (2013), Settling for less out of fear of being singl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 Festinger (1954), A Theory of Social Comparison Processes, Human Rel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