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부부가 모두 회사에 다니는 맞벌이 가구는 1300만, 남편만 일하는 전업주부 가구는 508만이다(2024년).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지금 전업주부인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둘 때 마음을 물었더니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42.1%)가 '그만두고 싶었다'(34.5%)보다 많았다. 원해서 집에 들어간 사람보다, 결혼·출산 시기에 경력이 끊긴 사람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사진) 출근길의 풍경이 바뀌었다. ■ ① '전업주부의 나라'는 끝났다 — 1300만 대 508만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정리한 총무성 노동력조사를 보면 2024년 맞벌이 가구(부부 모두 비농림업 고용자)는 1300만 가구로 1년 새 22만 가구 늘었다. 남편이 고용자이고 아내가 일하지 않는 전업주부 가구는 508만 가구로 9만 가구 줄었다. 맞벌이 가구는 1997년 이후 줄곧 전업주부 가구보다 많았다. 집값도 한몫했다. 올해 1~6월 도쿄 23구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억4249만엔으로 1년 전보다 9.1% 올랐고, 수도권 평균은 반기 기준 처음 1억엔을 넘었다. 다만 맞벌이 증가는 집값 급등 이전부터 이어진 흐름이라, 주거비는 변화를 앞당긴 요인 중 하나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 일본 맞벌이 가구 vs 전업주부 가구 (2024년) 자료: 일본 총무성 노동력조사(JILPT 정리, 서울경제 2026.10.10 보도) 맞벌이는 부부 모두 비농림업 고용자, 전업주부는 남편 고용자·아내 비취업 가구 (사진) 그만두던 날의 책상. ■ ② 그만둔 이유 1위는 임신, 2위는 결혼 일본 인재서비스 기업 마이나비는 올해 5월 20~50대 전업주부 1546명에게 퇴직 경위와 재취업 의향을 물었다. 전업주부가 되기 전 직장을 다닌 1473명 가운데 42.1%가 퇴직 당시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퇴직 사유는 임신(21.2%), 결혼(19.9%), 본인 건강 악화(16.9%), 육아 전념(14.7%) 순이었다. 어떤 조건이었다면 그만두지 않았을까. '둘째 아이를 맡길 곳이 있었다면', '배우자 전근이 없었다면', '늦은 시간 근무 면제나 유연한 재택근무가 가능했다면'이라는 답이 나왔다. 다시 일하고 싶은 전업주부의 25.2%는 취업 시점을 3년 이상 뒤로 잡았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병이나 호출, 한쪽에 쏠린 가사·육아가 걸림돌이었다. ▷ 일본 전업주부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 · 21.2 임신 · 19.9 결혼 · 16.9 본인 건강 악화 · 14.7 육아 전념 자료: 마이나비 2026년 5월 조사(서울경제 2026.10.10 보도) 전업주부 1546명 중 직장 경험이 있는 1473명 응답, 상위 4개 사유. 현재 전업주부만 대상으로 한 회고 응답 (사진) 두 사람의 시간표. ■ ③ 일본 미혼 여성이 그리는 미래 생각도 이미 바뀌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21년 출생동향기본조사에서 18~34세 미혼 여성이 이상적인 삶으로 꼽은 것은 결혼·출산 뒤에도 일을 이어가는 '양립' 코스(34.0%)가 처음으로 1위였다. 자신의 미래를 전업주부로 예상한 응답은 3.6%로 가장 적었고, 결혼하지 않고 일하는 '비혼 취업'을 예상한 응답이 33.3%로 가장 많았다. 이를 경력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거비와 생활비, 가사·육아 분담, 배우자 전근, 장시간 노동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전업주부의 나라'에서 '맞벌이가 기본인 사회'로 넘어가는 동안 직장과 가정의 구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간극을 줄이는 일이 새 과제가 됐다고 전했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마이나비 조사는 지금 전업주부인 사람만 대상으로 했고 과거를 돌아본 응답이라, 일본 여성 전체의 경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출생동향기본조사는 2021년 자료다. 그래도 '배우자 전근이 없었다면 일을 이어갔을 것'이라는 답은 순환근무와 지방 이전이 있는 한국 공공기관 커플에게도 낯설지 않다. 일본의 숫자가 말하는 건 결국 하나다. 맞벌이는 이미 기본값이 됐는데, 아이를 맡길 곳과 전근, 근무 방식이 따라오지 못하면 원치 않은 퇴직이 생긴다. 결혼을 이야기하는 커플이라면 '누가 일을 그만둘까'가 아니라 '둘 다 일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먼저 물어보자. (사진) 둘 다 일하는 저녁. ■ 한 줄 정리 결혼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면 '아이 낳으면 일은 어떻게 할래?'를 미루지 말자. 일본 전업주부들이 꼽은 갈림길은 결국 세 가지였다. 아이를 맡길 곳, 배우자의 전근, 유연근무가 되는지. 순환근무나 지방 이전이 잦은 공공기관 커플이라면 두 사람 기관의 인사 원칙과 육아휴직·유연근무 제도를 미리 나란히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원치 않은 퇴직'을 줄일 수 있다. ■ 출처 · 서울경제 「"남편 월급만으론 도저히 생활이 안 돼"…전업주부 많던 日, 이젠 맞벌이가 '2.5배'」 (2026-10-10) https://v.daum.net/v/20261010171236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