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툴 때 상대 말을 내 말로 되짚어 주는 '따라 말하기'는 관계 만족과 별 관련이 없었다. 함께 간 건 오히려 '음', '응' 같은 짧은 맞장구였다. 미국 USC 연구팀이 커플 100쌍의 대화를 분석해 지난달 22일 내놓은 논문의 제목부터가 '말을 줄여라(Say Less!)'다. 흔히 좋은 대화법이라면 '상대 말을 요약해 돌려주라'고 배운다. 그런데 실제 커플의 다툼을 들여다보니, 의미를 촘촘히 따라가는 쪽보다 말을 끊지 않고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쪽이 관계 질과 함께 움직였다. 같은 연구팀의 다른 논문은 그 신호가 화난 상대를 어떻게 진정시키는지까지 보여 준다. (사진) 말을 끊지 않는 것도 대화다. ■ ① 따라 말하기 vs 짧은 맞장구 — 100쌍의 대화 레온(León)과 색스비(Saxbe) 등은 첫아이를 기다리던 커플 100쌍을 실험실로 불러 임신 중과 출산 6개월 뒤에 대화를 시켰다. 연구팀은 두 사람이 서로의 말 뜻을 얼마나 이어 받는지(의미 동조)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얼마나 같이 오르내리는지를 쟀다. 의미 동조는 모든 대화에서 나타났고 다툼을 다룰 때 가장 강했지만, 관계 질과는 어느 시점에서도 이어지지 않았다. 반전은 그다음이다. 다툼 대화에서 의미 동조가 높을수록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고 전하는 인정은 오히려 적었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주로 맞장구에서 왔다고 봤다. 맞장구는 의미를 덧붙이지 않아 의미 동조 점수는 낮추지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은 전한다. 다툼 중 상대의 맞장구가 많을수록 참가자의 관계 질도 높았다. ▷ 다툼 대화, 무엇이 관계 질과 함께 갔나 자료: León 외(2026) Biopsychosocial Science and Medicine 임신 중 커플 100쌍, 임신 중·출산 6개월 뒤 실험실 대화. 상관 분석으로 인과를 단정하지는 않는다. (사진) 같이 오르내린 건 말이 아니라 몸이었다. ■ ② 인정 한마디 뒤, 상대의 화가 풀렸다 — 93쌍 같은 연구팀은 임신 중인 커플 93쌍에게 15분 동안 갈등 주제로 대화하게 하고 표정·말투를 순간순간 기록했다. 한쪽이 인정(알아차림, 관심, 진심 어린 이해 전달)을 보이면 상대가 부정적인 감정에서 중립이나 긍정 상태로 옮겨 갈 가능성이 커졌다. 다툼 중 인정이 많았던 커플은 출산 뒤 두 사람 모두 관계 질이 높았고, 상대를 더 자주 인정한 남성은 육아 스트레스도 낮게 보고했다. ▷ 연구가 정의한 '인정'의 세 가지 · 알아차림 네 말 들었어 · 관심 더 말해 줘 · 이해 전달 그럴 만했네 · 감정 전환 화가 누그러짐 자료: León 외(2026)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앞의 세 칸은 논문의 인정 정의(acknowledgment·interest·sincere understanding), 마지막 칸은 관찰된 결과. 예시 문장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 ▷ 두 연구를 숫자로 · 100쌍 맞장구 연구 임신 중·출산 후 · 93쌍 인정 연구 임신 중 커플 · 15분 갈등 대화 녹화 후 코딩 (사진) 동의하지 않아도 인정은 할 수 있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두 연구 모두 미국에서 첫아이를 기다리던 커플을 대상으로 했다. 갓 만난 연인이나 소개팅 상대에게 똑같이 들어맞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관련성을 본 연구라 '맞장구를 치면 관계가 좋아진다'는 인과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툼에서 상대 말을 끊고 정리해 주는 습관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사진) 다음 다툼에서 먼저 꺼낼 한마디. 다툼에서 우리는 이기려고, 혹은 정확히 정리하려고 말을 보탠다. 이번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반대다. 말을 줄이고 '듣고 있다'는 신호를 끊김 없이 보내는 것, 그리고 상대의 감정을 한 문장으로 인정해 주는 것. 성격 유형과 상관없이 오늘 저녁부터 연습할 수 있는 기술이다. ■ 한 줄 정리 다툼이 시작되면 해결책보다 '음', '응', '그랬구나' 같은 짧은 맞장구부터 꺼내 보자.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내 말로 정리해 주는 것보다, 끊지 않고 듣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쪽이 이번 연구에서는 관계 만족과 함께 갔다. 그다음엔 '네 입장에선 그럴 만했겠다'처럼 상대 감정을 인정하는 한 문장을 덧붙인다. 동의하지 않아도 인정은 할 수 있다. 'T라서 공감이 안 된다'는 핑계도, 맞장구만큼은 성격과 상관없이 연습으로 되는 기술이다. ■ 출처 · León, Kim, Ouyang, Saxbe (2026). Say Less! Backchanneling and HPA-axis Attunement, But Not Semantic Synchrony, Relate to Couples' Relationship Quality Across the Transition to Parenthood. Biopsychosocial Science and Medicine (2026-10-22) https://doi.org/10.1097/PSY.0000000000001538 · León, Dien, Khaled, Saxbe (2026). Partner validation during couple conflict predicts reduced negative affect and better psychosocial adjustment to parenthood.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40(6) (2026-07-13) https://doi.org/10.1037/fam000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