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이 기계학습에 온갖 정보를 밀어 넣었다. 성격, 가치관, 취향, 원하는 상대의 조건까지 100가지가 넘는 항목이었다. 결과는 반쯤 성공이고 반쯤 실패였다. 누가 대체로 호감을 잘 느끼는 사람인지, 누가 대체로 인기가 있는지는 어느 정도 맞혔다. 그런데 '이 둘이 서로 끌릴 것인가'만은 맞히지 못했다. 2017년에 나온 이 연구는 가치관 매칭을 내건 소개팅앱이 새로 나올 때마다 다시 꺼내 볼 만하다. 지난 18일에도 그런 앱이 하나 더 공개됐다. (사진) 항목은 늘어나는데, 맞힐 수 있는 건 따로 있다. ■ ① 가치관 매칭이라는 새 간판 스포츠월드는 2026년 9월 18일, 여성 기획자가 만든 소개팅앱 '비위드'가 가치관·연애관 중심 매칭을 내세워 나왔다고 전했다. 서로 연결된 회원은 앱 안에서 메시지로 대화를 이어 가고, 원하면 연락처를 주고받아 각자 편한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다. 이용자 수나 성혼율 같은 성과 수치는 아직 공개된 것이 없다. 다만 간판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분명하다. 사진과 조건 중심이던 매칭의 무게중심을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쪽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 방향 자체는 근거가 있다. 던 번이 1971년 정리한 대로, 태도가 비슷할수록 호감이 올라간다는 관계는 심리학에서 가장 반복 검증된 결과 중 하나다. 문제는 그 결론에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 프로필로 맞출 수 있는 것과 맞출 수 없는 것 왼쪽은 미리 거르는 데 쓰고 오른쪽은 만나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왼쪽을 아무리 촘촘히 채워도 오른쪽이 대신 채워지지는 않는다. (사진) 체크할 수 있는 칸과 체크할 수 없는 칸. ■ ② 실제로 닮은 것보다 '닮았다고 느끼는 것' 몬토야·호턴·키르히너가 2008년 내놓은 메타분석은 이 조건을 정면으로 다뤘다. 여러 연구를 모아 보니 실제 유사성이 호감을 예측한 것은 두 사람이 아직 상호작용하지 않은 단계, 그러니까 프로필이나 설문지만 보고 판단하는 상황에서였다.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눈 뒤에는 실제 유사성의 예측력이 약해지고, 대신 '내가 이 사람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호감을 예측했다. 두 사람이 정말 비슷한지보다, 대화하면서 비슷하다고 느꼈는지가 앞선다는 뜻이다. 조엘·이스트윅·핑클 연구팀의 2017년 연구는 여기에 한 겹을 더 얹는다. 스피드데이팅 자료로 기계학습 모형을 돌렸더니 개인의 특성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됐지만, 특정한 두 사람 사이의 끌림은 만나기 전 정보로 거의 예측되지 않았다. 가치관 항목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알고리즘이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는 이야기다. ▷ 가치관 매칭을 실제로 써먹는 네 단계 · 거르기 타협 불가능한 항목만 좁게 설정한다 · 만나기 취향·성격은 항목이 아니라 대화에서 확인한다 · 느끼게 하기 상대 말을 받아 '저도 비슷해요'까지 간다 · 차이 꺼내기 결정적 차이는 세 번째 만남 전에 확인한다 첫 칸과 넷째 칸은 앱이 도와줄 수 있지만, 둘째와 셋째 칸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진) 닮음은 확인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가치관 매칭이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결혼 의향이나 자녀 계획처럼 나중에 바꿀 수 없는 항목을 앞에서 거르는 것은 시간을 가장 크게 아끼는 방법이다. 다만 그 항목들은 '이 사람과 잘 맞을 확률'을 높이는 장치가 아니라 '이 사람과 절대 안 될 확률'을 낮추는 장치다. 둘은 전혀 다른 일이고, 앱 소개문은 대개 이 차이를 구분해 주지 않는다. (사진) 알고리즘이 못 넘는 선은 대체로 테이블 위에 있다. 새 앱이 나올 때마다 매칭의 기준은 조금씩 바뀐다. 외모에서 조건으로, 조건에서 가치관으로 옮겨 온 흐름 자체는 합리적이다. 다만 연구가 30년 넘게 반복해 보여 준 결론은 한 줄로 남는다.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의 절반은 걸러내기이고, 나머지 절반은 만나서 닮아지는 과정이다. 뒤쪽 절반은 아직 어떤 앱도 대신해 주지 못한다. ■ 한 줄 정리 프로필의 가치관 항목은 '맞는 사람을 찾는 도구'보다 '거를 사람을 정하는 도구'로 쓰는 편이 정확하다. 결혼 의향, 자녀 계획, 종교, 흡연, 거주 지역처럼 타협이 거의 불가능한 항목은 미리 걸러 두면 시간을 크게 아낀다. 반대로 취향·성격·유머 코드처럼 '만나 봐야 아는' 항목은 프로필에서 너무 좁게 잡지 않는 게 낫다.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 준 것은, 만나기 전에는 실제 유사성이 예측력을 갖지만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닮았다고 느끼는 정도'가 앞선다는 점이다. 그래서 첫 대화에서 할 일은 공통점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공통점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열하는 대신, 상대가 말한 것 중 하나를 붙잡아 '저도 그거 비슷해요'까지 가는 질문을 던진다. 한 가지 더. 차이가 큰 항목은 일찍 꺼내는 쪽이 낫다. 세 번째 만남 이후에 드러나는 결정적 차이는 이미 들인 시간 때문에 판단을 흐린다. 가치관 매칭 앱을 쓰든 안 쓰든, 결국 검증은 만나서 하는 수밖에 없다. ■ 출처 · 스포츠월드 「비위드, 여성 기획자가 만든 소개팅앱 선봬…'가치관·연애관 중심 매칭'」 (2026-09-18)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96/0000755665?sid=004 · Donn Byrne, 「The Attraction Paradigm」, Academic Press (1971) · R. Matthew Montoya, Robert S. Horton & Jeffrey Kirchner, 「Is actual similarity necessary for attraction? A meta-analysis of actual and perceived similarity」,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2008) · Samantha Joel, Paul W. Eastwick & Eli J. Finkel, 「Is Romantic Desire Predictable? Machine Learning Applied to Initial Romantic Attraction」, Psychological Science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