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돈이 지금도 줄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말릴수록 더 믿는다. YTN 라디오 법률상담 코너가 9월 22일 방송한 사연이다. 퇴직 후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남편이 SNS에서 만난 상대에게 계속 큰돈을 보내고 있고, 아내가 아무리 말려도 믿음을 꺾지 않는다. 자식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채 아내는 이혼까지 고민하게 됐다. 이 사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왜 속는가'가 아니라 '왜 알고도 계속하는가'다. 여기에는 나이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심리 구조가 있다. (사진) 은퇴 이후의 하루에는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 ■ ① 말릴수록 더 믿는 이유 3가지 첫째, 외로움이 먼저 있었다. 방송에서 변호사는 퇴직 후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거나 인지 능력이 떨어진 어르신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가 먼저 생기고 돈은 나중에 따라온다는 뜻이다. 둘째, 이미 보낸 돈이 믿음의 근거가 된다. 매몰비용 효과와 몰입 상승으로 알려진 현상인데,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치를수록 사람은 그 선택이 옳았다고 더 강하게 믿는다. '여태 보낸 돈이 얼만데'가 그만둘 이유가 아니라 계속할 이유로 뒤집히는 지점이다. 셋째, 말리는 순간 편이 갈린다. 가족이 '사기'라고 단정하면 당사자에게 가족은 사랑을 막는 쪽이 되고, 상대는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설득이 오히려 고립을 만든다. ▷ 믿음이 굳어지는 네 칸 · ① 외로움 은퇴·고립 뒤 말 걸어 오는 사람이 줄어든다 · ② 작은 돈 처음 요구는 대개 부담 없는 액수다 · ③ 근거의 역전 이미 보낸 돈이 그만둘 이유가 아니라 계속할 이유가 된다 · ④ 편 가르기 말리는 가족이 '막는 쪽', 상대가 '이해하는 쪽'이 된다 자료: ① ④는 방송 내용 요약, ② ③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심리 개념(매몰비용 효과·몰입 상승) 방송에 나온 분류가 아니라 사연을 이해하기 위해 정리한 흐름이다. 수치는 없다. ■ ② 설득이 안 될 때 법이 할 수 있는 일 방송의 법률 답변은 세 갈래였다. 먼저 이혼 가능 여부. 치매가 경미해 의사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가 아니라면 협의이혼도 재판이혼도 가능하고, 배우자가 재산을 탕진하는 행위는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지금 나가는 돈을 막는 방법.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압류·가처분 같은 재산보전처분을 신청하는 방법, 그리고 판단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쓰는 한정후견 제도를 들었다. 마지막은 이미 나간 돈. 회수는 어렵지만 형사고소와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고, 배우자가 재산을 부당하게 처분하거나 낭비한 경우 법원이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유리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가족이 흔히 하는 대응 vs 방송에서 제시된 수단 자료: YTN 라디오 법률상담 코너 2026년 9월 22일 방송 왼쪽은 상담 사연에서 읽히는 일반적인 대응을 정리한 것이고, 오른쪽만 변호사가 답변에서 직접 언급한 수단이다. (사진)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이 쌓일수록 그만두기는 더 어려워진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이 글에서 사실과 해석을 분명히 갈라 두자. 사실은 방송에 나온 것들이다. 경증 치매 진단 뒤 SNS에서 만난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송금 중이라는 사연, 그리고 협의·재판이혼 가능 여부, 재산보전처분, 한정후견, 재산분할 반영 가능성이라는 변호사의 답변. 해석은 이 글이 덧붙인 것들이다. 매몰비용 효과나 몰입 상승 같은 개념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고, 이 사연 당사자의 심리를 진단한 것도 아니다. 사람이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치른 뒤 그 선택을 더 강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뿐이다. 또 하나. 이 사례는 치매 진단이 있었던 경우다. 인지 기능이 온전한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당하며, 그건 판단력의 문제가 아니라 외로움을 설계에 이용한 범죄의 문제다. (사진) 막는 사람과 이해하는 사람 — 이 구도가 만들어지면 설득은 더 어려워진다. 추석 연휴는 부모 세대의 일상을 실제로 들여다볼 수 있는 며칠이다. 휴대폰을 뺏어 확인하라는 말이 아니다. 요즘 누구와 연락하는지, 새로 알게 된 사람이 있는지를 평소 대화처럼 물어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고, 급한 사정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중 둘만 겹쳐도 확인해 볼 단계다. 이미 돈이 나갔다면 설득보다 순서가 중요하다. 이체 내역을 확인하고,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가족이 먼저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당사자를 탓하지 않는 것이다. 창피함은 신고를 늦추고, 늦어진 만큼 돈은 더 멀리 간다. (사진) 가장 늦게 알려지는 피해는 대개 가장 창피해하는 피해다. ■ 한 줄 정리 가족이 로맨스 스캠에 빠졌을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사기다'라고 증명하려 드는 것이다. 증명은 관계를 편 가르기로 바꾼다. 그 순간 상대에게 당신은 '내 사랑을 막는 사람'이 되고, 사기범은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순서를 바꾸자. 첫째, 판단이 아니라 사실만 묻는다. '언제부터 연락했어?' '얼마나 보냈어?'처럼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낫다. 둘째, 돈의 흐름을 먼저 본다. 계좌 이체 내역과 대출 여부, 카드 현금서비스를 확인하는 일이 설득보다 급하다. 셋째, 혼자 하지 않는다. 경찰서 사이버수사대 신고와 금융회사 지급정지 요청은 가족이 대신 시작할 수 있고, 판단능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한정후견 같은 제도적 장치를 변호사와 상의해 보는 게 낫다. 마지막으로 예방 쪽. 부모 세대의 새 온라인 인연이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다', '급한 사정으로 돈이 필요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세 조건 중 둘 이상을 만족하면, 그때는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 확인할 단계다. ■ 출처 · YTN 라디오 법률상담 코너 2026년 9월 22일 방송 (2026-09-2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2/0002410013?sid=102 · 매몰비용 효과·몰입 상승(개념 출처: Arkes & Blumer, 1985 / Staw,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