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아홉·스무 살이 돈을 쓴 공연 18개 중 11개가 페스티벌이었다. 4월에는 상위 세 개를 페스티벌이 싹 쓸었다. 그런데 같은 세대가 산 책은 소설·시·희곡이 45%로, 2위인 만화·라이트노벨(15.7%)의 세 배였다. 수천 명 사이에서 같이 소리 지르는 자리와, 혼자 방에서 문학을 읽는 시간. 정반대로 보이는 두 곳에 같은 지갑이 열렸다. 예스24가 9월 16일 공개한 '2026 청년문화예술패스' 데이터다. (사진) 같은 세대가 같은 달에 쓴 돈의 두 방향. ■ ① 모여 있는 곳이 곧 마주치는 곳이다 분석 기간은 패스 발급이 시작된 2월 25일부터 8월 31일까지다. 이 기간 월별 매출 상위 3위에 든 공연 18개 중 11개가 페스티벌이었고, 상반기에는 힙합 페스티벌과 워터밤이 3~5월 1위를 다퉜다. 하반기에도 7월 부산국제록페스티벌, 8월 한일 음악 페스티벌이 1위를 이어받았다. 예스24는 이를 '현장 체감형 경험'이라고 불렀다. 음악을 듣는 게 목적이라면 집에서 듣는 편이 음질도 좋고 돈도 안 든다. 그런데도 이 세대가 티켓값을 내는 이유는 같은 취향을 가진 또래와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에 값을 매기기 때문이다. 연애의 관점에서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20대 초반이 대량으로, 그것도 취향이 미리 걸러진 상태로 한자리에 모이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려 준다는 것. ▷ 열아홉·스무 살이 산 책, 분야별 비중 · 45 소설·시·희곡 · 15.7 만화·라이트노벨 · 12.1 인문 · 9.6 에세이 자료: 예스24 2026 청년문화예술패스 · 2026년 8월 10일~9월 8일 1위가 2위의 약 세 배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양귀자 「모순」처럼 출간된 지 오래된 작품이 역주행해 올랐다. (사진) 혼자 읽는 시간에도 돈이 몰렸다. ■ ② 비수도권이 앞선 유일한 칸 도서 지원이 시작된 8월 10일부터 9월 8일까지 한 달 동안 열아홉·스무 살 도서 구매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4.7% 늘었다. 두 배를 넘겼다는 뜻이다. 그중 66.1%가 패스 포인트로 결제했다. 여기까지는 예상 범위다. 예상 밖은 지역 분포였다. 포인트로 책을 산 청년 가운데 비수도권 거주자가 55.5%로, 수도권(44.5%)보다 11.0%포인트 많았다. 대형 공연과 전시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과 정반대 결과다. 문화 인프라가 얇은 지역일수록 '책'이라는, 어디서든 같은 조건으로 닿을 수 있는 통로에 더 크게 반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혁신도시나 지방 산업도시에 사는 20대에게는 이 수치가 현실적인 힌트를 준다. 공연장은 서울에 있지만 독서 모임은 어디에나 만들 수 있고, 실제로 그 수요가 이미 수도권보다 크다. ▷ 포인트로 책을 산 청년의 거주지 비중 자료: 예스24 2026 청년문화예술패스 · 2026년 8월 10일~9월 8일 대형 공연·전시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책에서는 비수도권이 11.0%포인트 앞섰다. (사진) 공연장은 서울에 있고, 모임은 어디에나 있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이 데이터는 소비 기록이지 연애 통계가 아니다. 페스티벌에 간 사람이 더 많이 연애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어디에 사람이 모여 있는가'는 만남의 전제 조건이고, 그 지도는 확실히 바뀌었다. 소개팅 자리에 나가는 횟수를 늘리는 것과, 사람이 이미 모여 있는 곳에 자주 있는 것 중 무엇이 효율적인지는 각자 계산할 문제다. (사진) 두 개의 축으로 갈라진 소비. 예스24는 이 결과를 '현장 체감형 경험'과 '자기 탐색형 독서'라는 두 축으로 읽었다. 연애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요즘 20대는 사람을 만나러 나가는 자리와 자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따로 관리한다. 그러니 '어디서 만나느냐'는 질문의 답도 소개팅 자리 목록이 아니라 이미 사람이 모여 있는 취향의 지도에서 찾는 편이 빠르다. ■ 한 줄 정리 '취향 공간에서 만난다'는 말은 맞지만, 아무 데나 간다고 되는 건 아니다. 같은 문화 소비라도 만남이 생기는 곳과 안 생기는 곳이 갈린다.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말할 틈이 있는가. 공연장 안에서는 두 시간 동안 대화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페스티벌형 행사가 유리한 건 공연 자체가 아니라 입장 전 대기 줄과 끝난 뒤 돌아가는 길이다. 티켓을 잡았다면 그 앞뒤 시간을 비워 두는 것이 실제 만남의 조건이다. 둘째, 같은 사람을 다시 보는가. 한 번 가고 마는 대형 행사보다 매달 같은 요일에 열리는 소규모 모임이 관계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다. 독서 모임이 조용한데도 커플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얼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셋째, 역할이 있는가. 그냥 참가자로 앉아 있으면 말을 걸 명분이 없다. 진행을 돕거나 자리를 정리하는 작은 역할 하나만 맡아도 자연스럽게 말이 오갈 구실이 생긴다. 지방에 산다면 조건은 오히려 낫다. 같은 도시에서 열리는 모임 수가 적다는 건 한 모임에서 마주치는 얼굴이 반복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 출처 · 위키트리 「여행만 자주 가는 게 아니다… 요즘 20대에게 인기 있는 곳 '1위'는?」 (2026-09-16) https://www.wikitree.co.kr/articles/1159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