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60m가 넘는 나무를 1분 동안 올려다본 사람들은 높은 건물을 올려다본 사람들보다 실험자가 떨어뜨린 펜을 더 많이 주워 주었고, 스스로를 덜 특별한 존재로 여겼다.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의 실험이다. 이번 주는 세계 우주주간(10월 4~10일)이고, 다음 주면 단풍이 절정에 든다. 밤하늘과 단풍 숲 앞에서 드는 '경외감'이 연애에서 하는 일은 분위기 이상으로 구체적이다. 자아가 작아지고, 겸손해지고, 그 겸손이 관계를 지킨다. (사진) 올려다보는 1분. ■ ① 작아지는 나 — 경외감의 첫 번째 효과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와 조너선 하이트는 2003년 경외감을 '광대함'과 '기존 틀의 수정'이라는 두 요소로 정의했다. 너무 커서 내 머릿속 틀로는 다 담기지 않는 대상을 만났을 때 드는 감정이다. 폴 피프와 켈트너 연구팀은 2015년 다섯 개의 연구로 이 감정의 결과를 추적했다. 거대한 유칼립투스 숲을 1분 올려다본 참가자들은 건물을 본 참가자들보다 더 많이 도왔고, 자신이 남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특권 의식'이 낮았으며, 윤리적 선택을 더 많이 했다. 매개 변수는 '작아진 자아(small self)'였다. 연애로 옮기면 간단하다. 내 입장이 조금 작아지면, 상대 입장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 경외감이 관계로 이어지는 경로 · 광대함 밤하늘·큰 나무·숲 · 작아진 자아 '내가 전부'가 아니다 · 겸손 약점을 인정한다 · 관계 용서·배려·유지 자료: Piff 외(2015)·Stellar 외(2018)·Van Tongeren 외(2014)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 (사진) 손바닥 위 단풍잎 한 장. ■ ② 겸손은 매력이고, 용서의 조건이다 제니퍼 스텔라 연구팀은 2018년 경외감을 느낀 사람이 스스로를 더 겸손하게 평가할 뿐 아니라, 친구들 눈에도 더 겸손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자기 강점과 약점을 더 균형 있게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 겸손이 연애에서 왜 중요한지는 2014년 반 통어런·데이비스·훅의 연구가 보여준다. 겸손하다고 평가된 상대는 처음 만났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였고, 사귀는 동안에는 상대를 더 잘 용서했으며,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유리했다. 2020년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의 '경외감 산책'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8주 동안 매주 15분씩 '거대한 것'을 의식하며 걷게 한 노년층 참가자들은 산책 중 찍은 셀피에서 자기 얼굴을 점점 작게 담았고 더 많이 웃었으며, 일상에서 연민·감사 같은 정서가 늘고 괴로움은 줄었다. ▷ 같은 가을 데이트, 다른 자극 경외감 연구는 평균 효과다. 다툼의 원인을 푸는 건 결국 대화이고, 경외 자극은 그 대화의 온도를 낮추는 장치다 (사진) 작아진 자아, 커진 하늘. [✔ 솔직한 체크포인트] 경외감은 다툼의 '원인'을 없애 주지 않는다. 연구들이 보여준 건 자아가 작아진 상태에서 겸손과 배려가 더 쉽게 나온다는 평균적인 경향이다.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면 카페 테이블보다 전망대나 숲길을 고르는 정도로 활용하자. 세계 우주주간(10월 4~10일)에는 전국 천문대·과학관이 관측 프로그램을 여니 각 기관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예약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단풍 명소에 가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면 그날의 자극은 '소비'에 가깝다. 같은 장소에서 1분만 말없이 올려다보면 자극의 종류가 바뀐다. 10월의 숲과 밤하늘이 연애에 주는 선물은 배경이 아니라 그 1분이다. (사진) 별이 뜨기 전, 언덕 위에서. ■ 한 줄 정리 다음 데이트 코스에 '올려다보는 시간'을 10분만 넣어 보자. 단풍 숲의 큰 나무 아래, 전망대, 불빛 적은 곳의 밤하늘이면 충분하다. 요령은 그 자리에서 사진부터 찍지 않는 것이다. 먼저 1분쯤 말없이 보고, 그다음에 '저거 몇 년이나 됐을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연구가 말하는 경외감의 효과는 거대한 것 앞에서 '내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감각이 들 때 시작된다. 그 감각이 든 뒤의 대화는 같은 주제라도 톤이 달라진다. ■ 출처 · Piff, Dietze, Feinberg, Stancato & Keltner (2015), 「Awe, the small self, and prosocial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 Stellar et al. (2018), 「Awe and humi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 Sturm et al. (2020), 「Big smile, small self: Awe walks promote prosocial positive emotions in older adults」, Emotion · Van Tongeren, Davis & Hook (2014), 「Social benefits of humility: Initiating and maintaining romantic relationships」,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