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을 기다린 사랑이 연인이 되자마자 끝났다. 그런데 심리학 연구를 보면 이런 결말에서 아픈 쪽은 한 사람만이 아니다. 짝사랑을 거절한 쪽도 죄책감에 시달렸고, 두 사람은 같은 일을 전혀 다르게 기억했다. 오늘 연애 관련 급상승어에 배우 이주연이 올랐다. 11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이 온다' 21회 때문이다. 극 중 장서현(이주연)은 23년간 짝사랑한 김무진(하석진)과 어렵게 연인이 됐지만, 가족을 둘러싼 비밀이 드러나며 관계가 틀어졌다. 다시 붙잡았을 때 돌아온 건 '미안하다'는 말이었다(스포츠서울 10월 12일 보도). (사진) 기다린 시간만큼 답을 듣기가 어렵다. ■ ① 짝사랑은 '양쪽 모두 아픈' 경험이었다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연구팀은 1993년 성격·사회심리학 학술지(JPSP)에 짝사랑 연구를 실었다. 짝사랑을 했던 쪽과 거절했던 쪽의 경험담을 모아 비교한 연구다. 논문 제목에 다섯 단어가 들어 있다. 상처, 분노, 죄책감, 대본 없음, 굴욕감. 연구팀의 결론은 짝사랑이 '양쪽 모두에게 괴로운 경험'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러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서로에게 묶여 있었다. 흔히 짝사랑 이야기는 차인 쪽의 상처만 다루지만, 이 연구에서는 거절한 쪽의 이야기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 같은 짝사랑, 다르게 기억한다 자료: Baumeister·Wotman·Stillwell(1993), JPSP 경험담(내러티브)을 비교한 연구. 수치보다 두 입장의 차이를 보여 준다. (사진) 같은 메시지를 두 사람은 다르게 읽는다. ■ ② 거절은 왜 '확실히' 전달되지 않을까 짝사랑한 쪽의 이야기에는 공통된 믿음이 있었다. 끌림이 서로 있었다고 믿었고, 상대가 여지를 줬다고 느꼈으며, 거절이 분명하게 전달된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반면 거절한 쪽은 자신이 도덕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상대에게 상처를 준 데 죄책감을 느꼈다. 상당수는 상대의 계속된 노력을 부담스럽고 성가셨다고 기억했다. 제목 속 '대본 없음'이 여기서 이해된다. 고백하는 법은 드라마와 노래가 수없이 알려 주지만, 마음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에는 정해진 각본이 거의 없다. 미안한 마음에 돌려 말하면, 듣는 쪽은 그 말을 '아직 기회가 있다'로 읽는다. 장서현이 '한 번 놓아줬다가 다시 붙잡은' 장면도 이 엇갈림과 닮았다. ▷ 짝사랑, 정리하는 4단계 · 확인 신호 되짚기 · 질문 직접 묻기 · 수용 답 받아들이기 · 거리 연락 줄이기 자료: 공공라운지 정리(Baumeister 외 1993 연구 시사점) 연구 결과를 실생활에 옮긴 라운지 제안이다. 연구가 직접 시험한 순서는 아니다. (사진) 끝맺음에도 각본이 필요하다. [✔ 솔직한 체크포인트] 이 연구는 30년 넘은 고전이고, 경험담을 비교한 질적 연구다. '몇 퍼센트가 그랬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는 연구가 아니다. 그래도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짝사랑을 오래 끌고 있다면 상대의 '애매한 친절'을 신호로 읽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거절해야 하는 쪽이라면 미안함 때문에 말을 흐리는 게 오히려 상대를 오래 붙잡는다. (사진) 답을 들은 다음 날의 출근길. 드라마는 장서현의 다음 관계가 엄마와의 화해일지, 새 사랑일지를 남겨 뒀다. 현실의 짝사랑도 결말보다 '정리하는 방식'이 다음 관계를 바꾼다. 답을 듣고, 받아들이고, 거리를 두는 것까지가 짝사랑의 마지막 단계다. ■ 한 줄 정리 오래 짝사랑했다면 '거절을 분명히 들었는가'부터 스스로 묻자. 연구에서 짝사랑한 쪽은 거절이 확실히 전달된 적 없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거절하는 입장이라면 돌려 말하기보다 한 번, 분명하게,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는 말로 전하는 편이 양쪽 모두 덜 아프다. '지금은 연인으로 생각하기 어렵다'처럼 내 마음을 주어로 말하면 된다. ■ 출처 · 스포츠서울 — 23년 짝사랑도 끝났는데 엄마까지 떠났다…이주연 '다 나 때문이야?' 결국 폭발 (2026-10-12) https://v.daum.net/v/20261012111743939 · Baumeister, Wotman & Stillwell(1993), Unrequited love: On heartbreak, anger, guilt, scriptlessness, and humili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