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많이 좋아한대'라는 말을 들은 상대보다,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상대가 더 끌렸다. 미국 버지니아대·하버드대 심리학자들이 2011년 발표한 실험 결과다. 사람은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심리학의 오래된 법칙이 있는데, 이 실험은 그 법칙에 '단, 모를 때는 예외'라는 단서를 달았다. 썸 단계에서 애매한 사람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읽었는데 답이 없다. ■ ① '날 좋아한대'보다 '모르겠대'가 이겼다 연구팀은 여대생들에게 남학생 4명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보여 줬다. 그리고 이 남학생들이 미리 참가자의 프로필을 보고 평가했다고 알렸다. 한 집단에는 '남학생들이 당신을 아주 좋아했다', 다른 집단에는 '보통 정도로 좋아했다', 마지막 집단에는 '아주 좋아했을 수도, 보통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의 두 집단만 비교하면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아주 좋아했다는 말을 들은 쪽이 남학생들에게 더 끌렸다. 그런데 가장 끌림이 컸던 건 세 번째, 상대 마음을 모르는 집단이었다. 아주 좋아했다는 말을 들은 집단보다도 높았다. ▷ 두 가지 끌림의 원리 자료: Whitchurch, Wilson & Gilbert 2011 실험 조건을 정리 (사진) 자꾸 떠올리는 사이 커지는 마음. ■ ② 열쇠는 '자꾸 생각하는 것' 왜 그랬을까. 연구팀이 찾은 경로는 '생각'이었다. 상대 마음을 모르는 참가자들은 그 남학생들을 가장 많이 떠올렸다고 답했고, 이렇게 자꾸 생각한 만큼 끌림도 커졌다. 같은 연구진은 2005년 실험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확인했다. 뜻밖의 친절을 받았을 때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없는 사람이 좋은 기분을 더 오래 유지했다. 이유를 알아 버리면 마음이 정리되면서 기분도 빨리 가라앉았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이 효과를 예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확실한 쪽이 더 기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애매함이 끌림으로 바뀌는 경로 · 모름 날 좋아할까? · 떠올림 자꾸 생각남 · 끌림 호감이 커짐 · 확인 마음 정리됨 자료: Whitchurch 외 2011·Wilson 외 2005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 (사진) 꽃잎 점은 끝나지 않는다. ■ ③ 그렇다고 '밀당'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 실험을 '일부러 애매하게 굴어야 한다'로 읽으면 곤란하다. 실험 속 참가자들은 상대를 실제로 만나기 전, 프로필만 본 상태였다. 썸 초반의 짧은 궁금증은 끌림을 키울 수 있지만, 연락이 오락가락하는 상태가 몇 주씩 이어지면 '생각'은 설렘이 아니라 불안으로 바뀌기 쉽다. 이 대목은 실험이 직접 확인한 결과가 아니라 실제 관계에 옮길 때의 해석이다. 현실적인 응용은 이 정도다. 첫 만남에서 내 이야기를 전부 꺼내 놓기보다 '다음에 마저 얘기해요'라고 여지를 남기고, 관계가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확실하게 말해 주는 것. [✔ 솔직한 체크포인트] 2011년 연구는 대학생 여성만 참여한 한 번의 실험이고, 실제 만남이 아니라 페이스북 프로필로 진행됐다. 남성이나 다른 연령대, 실제 데이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이 실험만으로 알 수 없다. 오래 인용돼 온 고전 연구지만 '이렇게 하면 무조건 통한다'는 공식이 아니라 썸 초반 마음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단서로 보는 게 맞다. 애매한 사람이 자꾸 떠오른다면, 그건 그 사람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답을 찾느라 바빠서일 수도 있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 그 궁금함이 오래가기 전에 한 번은 분명히 말해 주자. (사진) 결국 필요한 건 한마디. ■ 한 줄 정리 애매함은 '시작'에서만 힘을 쓴다. 썸 초반이라면 내 호감을 처음부터 전부 설명하기보다 '다음에 이 얘기 더 하자'처럼 궁금증을 남기는 마무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째 만남쯤부터는 확실하게 말해 주는 쪽으로 넘어가자. 일부러 답장을 늦추거나 반응을 숨기는 밀당은 상대를 끌어당기기보다 지치게 만들기 쉽다. ■ 출처 · Whitchurch, Wilson & Gilbert (2011). "He loves me, he loves me not...": Uncertainty can increase romantic attraction. Psychological Science, 22(2), 172-175 · Wilson, Centerbar, Kermer & Gilbert (2005). The pleasures of uncertainty: Prolonging positive moods in ways people do not anticipat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8(1), 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