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형 vs 안정형 체크리스트', '안정형 남친의 정석'. 요즘 쇼츠와 인스타그램에 끝없이 뜨는 연애 밈이다. 그런데 뇌과학자는 '불안형 뇌·안정형 뇌'가 엄밀한 뇌과학 용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심리학자가 말하는 안정형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했다가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람이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2026년 10월호 「불안형과 안정형 사이」에서 김소정 영남대 심리학과 조교수와 김대수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짚은 내용이다. 김대수 교수는 두 표현이 같은 상황에서 사람마다 다른 감정 반응을 편의상 나눈 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연애 쇼츠의 '불안형'은 원래 성인 애착 연구(Hazan & Shaver, 1987)에서 퍼진 말이지만, 기사 속 전문가들은 이것이 불안형 애착이나 불안 장애와 같은 개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글은 그 설명을 연애 장면에 옮겨 정리했다. (사진)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길다. ■ ① 안정형을 가르는 4가지 — 속도·강도·지속·복귀 김소정 교수는 안정성을 '시간과 상황에 걸친 일관성'으로 설명한다. 감정이 큰 폭으로 요동치거나, 상대를 전적으로 믿다가 사소한 일에 실망해 완전히 평가절하한다면 불안정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볼 것은 '불안이 있느냐'가 아니라 네 가지다. 불안을 얼마나 빨리 느끼는지, 반응이 얼마나 센지, 얼마나 오래 가는지, 원래 상태로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답장이 세 시간째 없을 때를 떠올려 보자. 불안이 올라오는 것 자체는 정상이다. 김소정 교수의 말처럼 불안은 누구나 지닌 기본 경보 장치다. 차이는 그 불안이 '바쁜가 보다'로 가라앉는지, 밤새 '나한테 질렸나'로 커지는지에서 난다. 김대수 교수는 건강한 상태를 '불안을 느끼되 위협이 사라지면 빠르게 평정으로 돌아오는 상태', 곧 회복 탄력성으로 설명했다. ▷ 불안을 보는 4가지 눈금 · 감지 속도 빨리 느끼나 · 반응 강도 세게 반응하나 · 지속 시간 오래 가나 · 제자리 복귀 빨리 돌아오나 자료: 김소정 영남대 교수(마리끌레르 코리아 2026년 10월호) 안정형은 불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을 잘 다루는 사람에 가깝다. (사진) 불안은 몸이 먼저 안다. ■ ② 피하면 편해진다 — 그래서 불안이 굳는다 관계에서 상처받을까 두려워 상대를 먼저 밀어내면, 그 순간엔 긴장이 풀리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김소정 교수는 이 안도감이 회피를 반복하게 만드는 '부적 강화'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김대수 교수도 불안이 지속되는 핵심 기제로 '학습된 회피'를 꼽는다. 낮에 한 말 한마디를 밤새 되짚는 반추도 불안을 굳히는 방식이다. 반대 방향의 학습도 가능하다. 뇌는 평생 경험에 따라 연결을 바꾸는 신경 가소성을 지녔다. 두려운 상황을 감당할 만한 크기로 안전하게 반복해 겪으면 '이게 늘 위험한 건 아니다'라는 새 기억이 생긴다(소거 학습). 김대수 교수는 관계에서 생긴 불안은 안전한 관계를 통해 다시 학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래된 불안은 짧은 시간에 사라지지 않으니 나와 상대 모두에게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 불안이 굳는 길 vs 다시 배우는 길 자료: 김소정·김대수 교수 설명(마리끌레르 코리아 2026년 10월호) 정리 (사진) 굳는 길과 다시 배우는 길. [✔ 솔직한 체크포인트] 쇼츠 속 유형 테스트는 재미로 보는 건 괜찮지만, 나나 상대를 한 단어로 규정하는 근거로 쓰기엔 부족하다. 김소정 교수는 예민함이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는 능력으로 발휘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불안 때문에 피하는 사람과 상황이 계속 늘고 일상이 좁아진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안정형 연인'을 찾는 것보다 서로에게 돌아올 자리가 되어 주는 편이 현실적이다. 불안한 날 '나 지금 좀 불안해'라고 말할 수 있고, 그 말에 '그럴 수 있지'라는 답이 돌아오는 관계라면 두 사람 모두 조금씩 안정형으로 다시 배워 가는 중이다. (사진) '나 지금 좀 불안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 ■ 한 줄 정리 불안이 올라온 날 메모장에 세 줄만 적어 보자. ① 무슨 일이 있었나(답장이 3시간째 없음) ②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나한테 질렸나?) ③ 몸의 반응(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안 옴). 그다음 '친구가 같은 상황이라면 뭐라고 말해 줄까?'를 한 줄 덧붙인다. 김소정 교수가 권한 '관찰하고, 이름 붙이고, 거리 두기'를 연애 장면에 옮긴 방법이다. ■ 출처 · 마리끌레르 코리아 「불안형과 안정형 사이」(2026년 10월호) (2026-10-04) https://www.marieclairekorea.com/beauty/2026/10/between-anxiety-and-stability/ · 성인 애착이론(Hazan & Shaver, 1987)